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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Sep 16. 2018

그때 기억나니?

잘 놀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내 품에 쓰러져

창백한 얼굴로 변했다

작은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기에 

엄마는 하얗게 질리고 

아빠는 병원으로 향했지

그때 아빠는 제발 숨만

쉬게 해 달라고 기도했었어 

다행이었는지 병원에 가기 전에

숨을 제대로 쉬었고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다시 집으로 와야 했지 


그로부터 1년 뒤

38~9도를 오르내리던 너

갑자기 40도가 넘는 고열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었지

그때 아빠는 미친 사람처럼

차를 몰아 응급실로

너를 데려갔었지

그때도 아빠는 

네가 제발 건강해지기만을

바랬었지 


그랬던 네가 어느덧 한 자리의 나이를 지나 

두 자릿수의 나이가 된지도 일 년이 지났구나 


분명 어릴 때는 건강하기만을 바랬는데 

이제는 건강하다 못해 

조금 살이 오르는 모습이 걱정이 되기도 하지 


숙제 못한다고 

공부 좀 안 한다고 

잘 이해 못한다고 

혼내고 있는 엄마와 아빠 


네가 건강해달라고 했던

과거의 기억은 어딘가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구나


지금은 엄마와 아빠를 이해 못하겠지만

그건 너에 대한 사랑의 

다른 방식이라고 이해해 주면 안 될까? 


세상을 살아가는 데 공부가 전부는 아닌데 

네가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잘못 전달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구나 


너를 혼내기 전에 

아빠도 부디 네가 어렸을 때 

너에게 했던 기도를 꼭 한 번은 떠올려볼게 

'그래도 이만큼 잘 자라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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