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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기억나니?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잘 놀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내 품에 쓰러져

창백한 얼굴로 변했다

작은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기에

엄마는 하얗게 질리고

아빠는 병원으로 향했지

그때 아빠는 제발 숨만

쉬게 해 달라고 기도했었어

다행이었는지 병원에 가기 전에

숨을 제대로 쉬었고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다시 집으로 와야 했지


그로부터 1년 뒤

38~9도를 오르내리던 너

갑자기 40도가 넘는 고열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었지

그때 아빠는 미친 사람처럼

차를 몰아 응급실로

너를 데려갔었지

그때도 아빠는

네가 제발 건강해지기만을

바랬었지


그랬던 네가 어느덧 한 자리의 나이를 지나

두 자릿수의 나이가 된지도 일 년이 지났구나


분명 어릴 때는 건강하기만을 바랬는데

이제는 건강하다 못해

조금 살이 오르는 모습이 걱정이 되기도 하지


숙제 못한다고

공부 좀 안 한다고

잘 이해 못한다고

혼내고 있는 엄마와 아빠


네가 건강해달라고 했던

과거의 기억은 어딘가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구나


지금은 엄마와 아빠를 이해 못하겠지만

그건 너에 대한 사랑의

다른 방식이라고 이해해 주면 안 될까?


세상을 살아가는 데 공부가 전부는 아닌데

네가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잘못 전달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구나


너를 혼내기 전에

아빠도 부디 네가 어렸을 때

너에게 했던 기도를 꼭 한 번은 떠올려볼게

'그래도 이만큼 잘 자라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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