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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건 시간이 아니라 여유다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2015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올해 2018년이 되었으니

3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그림을 그렸다


그렇다고 그림이 일취월장하거나

갑자기 전문가의 반열에 오른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그리고 싶을 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정도의

느낌을 얻은 것이 전부다


사실 내게도 여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해야 할 일들과

돌봐야 할 가족들

혼자만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나만 혼자 있는 시간은 적지 않았다

화장실에 가 있는 시간

대중교통으로 사무실에 이동하는 시간

가끔 혼자 점심을 먹는 시간

가족들이 모두 잠든 새벽 시간

그런 짧은 시간들은 오롯이 내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그런 짧은 시간들이 사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소한 시간들이 모여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요즘 더 깨닫고 있다


거창하게 운동을 하려고 하는 대신

계단이 보이면 걷고

가급적 걸어서 움직이는 것이 내 몸에 좋은 것처럼

대작을 그리려는 마음보다는

그저 어디에 가든 노트를 늘 들고 다닌다

꼭 다 채우지 않아도 좋고

한 줄만 그려도 되는 것인데


오히려 그림을 다 채우지 않고

멈춘 채로 남겨 놓은 것이

더 좋은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다


나보다 남이 중요하건 아니다

시선은 이제 그만 의식하자

못해도 좋고

반만 달성해도 좋다

그저 낙서 한 장이라도 좋다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면

잘 가고 있는 것이다.


잘 하려 하기보다는 꾸준히 하자

그게 나에게 힘을 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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