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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Sep 20. 2018

날이 무뎌질 때

색연필로 한참 색을 칠하고 나니

날이 무뎌졌다


마침 색연필 깎이가 없어

그냥 무딘 색연필로 그려보려 하였다


하지만 그림 사이사이에 있는 흰색 부분은 

잘 메꿔지지 않고 이미 칠해진 부분만 더 진해졌다


무턱대고 힘만 쓴다고 다되는 건 아니란 생각에 

색연필 깎이를 한참만에 찾아서

날카롭게 심을 다듬었다


다시 예리한 날을 세운 색연필로

칠해보니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잘 칠해졌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겠지

무작정 열심히만을 외칠게 아니라

가끔은 한 발짝 물러서서

안식년 같은 날을 깎는 시간을 가져야

무뎌진 날이 예리해지겠지


조금 느리게 간다고 타박하지 말고

쉬면서

예리하게 날을 갈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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