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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r 19. 2019

이기는 게 늘 중요한 건 아니란다

가끔 아이들을 따라 동네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논다.


며칠 전 놀이터에 싫증을 느낀 아들이 배드민턴을 하자고 하기에 같이 치고 있는데 동네 동생이 해 보고 싶었는지 끼워달란다.


전에도 보았던 아이였다. 게임을 해보니 정식이 아닌 기술을 써서 이기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져 줄까?' 하다가 그 아이가 실수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말로 물어보았다. “너에게는 노는 즐거움이 중요한 것이니 아니면 함께 하는 친구를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니?” 하고 말이다


"같이 놀고 싶기도 하고 이기고도 싶어요."  그 아이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말했다.


"잔기술은 금세 밑천이 드러나기 마련이란다. 진짜 실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지. 실력이 조금만 차이가 나는 사람을 만나면 잔기술은 통하지 않지. 그리고 만약 네가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속임수를 쓰기보다는 정정당당하게 겨루기를 바란다. 그래야 그 친구도 다음에 너와 놀고 싶지 않겠니?"


짧지 않은 한 마디를 해 주고는 그 아이가 몇 번 더 게임을 이기더니 돌아가버렸다. 내가 일부러 져주는 것이 시시한 모양이다. 나도 나이가 들며 말로써 자꾸 가르치려 드는 꼰대가 되는 것은 아닌가 잠시 나에게 물었다. 그 아이 인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는데 오히려 괜한 참견은 아니었는지 그냥 지나치는 것이 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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