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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Nov 14. 2018

400개의 메일

조금씩 꾸준히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메일함을 들어갔다 

그런데 스팸 메일을 정리하고 나니 

읽고 싶은 메일이 400개가 넘었다 


하루 종일 메일만 읽을 수도 없는 노릇

어떻게 할까 하다가

딱 하루에 10개씩만 읽기로 했다 


10개를 읽는 데 걸리는 시간 3분 남짓

커피 한 잔 대신 메일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차츰차츰 메일은 줄어들어갔다 

읽지 않은 메일은

300

200

100

그리고 

이제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대략 3달이 조금 더 걸린 거 같다 


예전에는 읽어야지 하면서 쌓아두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마음의 짐이 되어 있었다

단 몇 개의 메일만이라도

필요한 내용은 읽고 

큰 의미 없는 내용은 지워버리고 

그렇게 하다 보니 보관 메일도 

원래 메일 양의 1/3 수준에 불과했다 


큰 일을 마주하면 

그 덩치에 압도되기 마련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일수록 쪼개기 기술이 필요하다 

소 한 마리를 한 번에 먹을 순 없지만

한 조각씩은 누구나 먹을 수 있다


일이 엄두가 나지 않다면

잘게 부숴보자

그래서 정말 내 입에 쏙 들어가도 쉬울 만큼

조그마한 일들로 나눌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끝에 다다를 나를 보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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