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Dec 19. 2018

해외에 산다=외국어를 잘한다?

해외에 산다고 무조건 영어를 잘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에게 가끔 그런 질문을 받는다. 해외에서 산지 1년이 넘으니 당연히 외국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발음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영어를 하니 원어민처럼 발음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1. 생각보다 발음은 중요하지 않다.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요하는 발음 이야기부터 해보자. 어린아이야 아직 발음이 굳지 않았으니 영어로 발음하니 영어 발음은 좋아질 게다. 하지만 인생에 모든 것을 얻는 경우는 없다. 계속 해외에 살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영어 발음은 조금 좋아질지 모르지만 한국어 발음이 잘 안돼서 고생하는 경우를 보았다. 마치 외국인이 한국어 발음을 하듯 이상한 발음을 하게 되는 경우도 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영어 발음을 위해 사람들은 노력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발음의 중요성은 적어 보인다. 싱가포르에 가면 싱글리쉬라는 것이 있고, 홍콩에는 홍글리쉬라는 것이 있다. 물론 독일에는 독일 나름의 영어가 있을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아무리 원어민처럼 발음하려 해도 미국이나 영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자기 나라의 언어 구조에 혀가 맞춰져 있다. 즉 지역마다 같은 영어라 하더라도 다른 발음을 갖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혀를 원어민처럼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저 우리는 그 나라 말에 가깝게 흉내를 낼 수 있을 뿐이다. 중국 사람과 인도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처음에는 영어 발음이 이상해서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 그들의 발음에 익숙해지면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들은 발음이 이상하다고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발음보다는 내가 어떻게 문장 구조를 짜내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지다.

2. 내가 본 사례들


#1. 영어 책 읽기 3천 권

큰 아이 친구 중에 영어책을 2년 동안 3천 권 정도 읽은 아이가 있다. 처음부터 영어를 잘한 것은 아니었다고 들었다. 오히려 처음에는 영어를 아예 못해서 그 아이의 어머니가 영어에 올인했다고 들었다. 한 문장, 두 문장 짜리 책으로 시작해 어느 정도 권수를 돌파할 때마다 선물로 동기 부여를 하고 흥미를 갖도록 했다고 들었다. 그렇게 2년 넘게 영어에 투자한 결과 지금은 어렵지 않게 해리포터 영어책을 쉽게 읽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읽기가 완벽하니 말하기도 완벽할까? 그렇지는 않았다. 물론 읽은 영어 문장이 많기 때문에 읽기나 듣기 수준은 높았지만 생각보다 영어 말하기의 수준은 높지 않았다.


#2. 외국인 100명, 아시아인 2명

주위 지인 중에 외국어를 아주 잘하는 분이 계시다. 본인은 외국어 조기 교육에 강하게 반대한다며 본인의 사례를 말해주었다. 물론 지금의 본인은 영어를 잘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에 의해 외국에서 교육을 받게 되었지만 생각보다 외국어가 늘지 않았다고 했다. 100명이 넘는 외국인 중에 아시아 인은 본인과 중국인 학생 딱 2명이었다고 한다. 나머지는 모두 흑인이었다. 그러니 한국어를 말할 기회도 없을뿐더러 수줍은 성격에 다른 아이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고 본인 역시도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게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영어는 전혀 늘지 않았다고 했다.


#3. 한인타운의 한국인

LA는 한인타운이 있다. 거기에 거주하는 주위 지인 분 이야기를 들어보니 영어를 전혀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우리는 해외에 살면 당연히 외국어를 해야 한다고 믿지만 한인타운에서는 한국어로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학교에서는 영어를 배울지 몰라도 그건 잠시뿐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4. 영어학교의 한국 학생

사람들은 외국인 학교에 보내면 당연히 외국인과 대화하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한국인 친구와 영어로 말하는 것이 편할까? 아니면 한국어로 말하는 것이 편할까? 외국어 학교라고 할지라도 한국 학생이 많은 곳에서는 당연히 친구들과 한국어로 말한다. 그렇게 부모가 기대했던 것과는 차이가 조금 있다.


3. 변명

다른 이들은 외국어 책을 사줄 돈도 없고, 해외에 살 일도 없으니 당연히 외국어를 하기 어렵다고 한다. 물론 외국어 학원에 보내는 것도 비싸기도 하다고 말한다.

나도 어학원에 다닌 적이 있었다. 1대 1 과정부터 1대 20명 과정까지 여러 과정이 있다. 하지만 1대 1 과정이라 할지라도 본인의 노력 없이는 사실 잘 늘지 않는다. 원어민과 1대 1로 대화를 하더라도 Yes/No와 짧은 몇 마디로도 대화는 가능하다. 본인이 의식적으로 대화를 늘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저 학원은 책임 회피용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또한 영어책도 마찬가지다. 돈이 없어 영어 책을 볼 수 없다. 이 말은 반쯤 맞는 말이다. 외국어 중고도서를 살 수 있는 것이고 도서관에서 외국 도서를 빌릴 수도 있다. 유튜브를 통해서 교육도 가능하다.

다만 의식하지 못할 뿐 찾아보면 무료로도 교육을 시켜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4. 목표의 수준

영어에 읽기, 말하기, 듣기, 쓰기 다 중요하겠지만 사람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말하기를 말해보려 한다.

한국어로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며 얼마나 어려운 단어를 쓰는가? 생각보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어휘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영어는 얼마나 많은 단어가 필요할까?

상위 500개 단어를 알면 내용의 70% 정도를 알 수 있고, 25개의 단어가 30% 정도 사용된다고 한다.

https://bit.ly/2SUOINq

즉 우리는 목표로 하는 수준을 생각보다 높게 잡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것이 논문을 읽거나 전문 분야 어휘를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 핵심 1,000 단어나 100 단어의 기초 어휘에 집중하자.


5. 그럼 당신은 어떻게?

내가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해 나는 이렇게 하고 있다. 물론 틀린 점이 있다면 꼭 지적해 주기 바란다. 나는 언어학자가 아니라 그저 두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아저씨이기 때문이다.


 #1 갑자기 아이가 뛰기를 바라지 말자.

우리 아이가 외국어에 뛰어난 감각을 지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큰 노력 없이도 외국어를 몇 개씩 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건 아주 특별한 경우이다. 우리 아이들은 노력한 만큼 외국어를 하는 아주 평범한 아이들이다. 해외에서 몇 달 산다고 아이가 갑자기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그저 한 두문장에서 시작한다. 사실 외국 식당에서 전혀 영어를 못한다 해도, Please, This 이 두 단어로 주문이 가능하다. 우리 아이들이 외국 식당에서 그렇게 주문을 했다. 어이가 없지만 식당 종업원이 모두 알아듣는다. 우리가 언어를 이해하는 데 있어 몸짓이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굳이 외국어를 말하지 않아도 몸짓으로 상당 부분의 내용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답답하게 외국어를 하게 할 생각은 없다. 처음에는 그 두 단어로 시작하더라도 하나둘씩 붙여 나가는 것이다. Water, please? 보다는 Can you get me some water?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나아지듯 말이다. 할 수 있는 것에서 하나씩 덧붙이는 것 그것이 요령이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자.


#2 부모가 하지 않으면 아이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외국어를 잘하기를 바라면서 정작 부모들은 하지 않는다. 물론 부모에게 외국어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본인의 역량을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 외국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얼마 전 언어의 범위가 지식의 범위를 결정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본인의 역량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을 가르치며 같이 영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https://brunch.co.kr/@hermite236/656

아빠가 영어책을 읽고 있는데 아이들은 궁금해하지 않을까?


#3 외국어로 대화를 시도해 보자.

나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아내와 영어 대화문을 외운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김민식 PD가 추천한 방법이 있다. [영어 회화 100일의 기적]에 나오는 대화를 모두 외워보라는 것이다. 우리 부부도 그래서 몇 개의 회화를 외워보았다. 나이가 많지도 않은데 하루가 지나면 까먹는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외우는 사이 아이들은 듣고 있다. 심지어 아빠 엄마가 틀린 곳을 지적해 주기도 하고, 우리보다 먼저 대화 내용을 말하기도 한다. 그렇게 외운 예문으로 아내와 대화를 하다 보면 아이들도 끼어든다. 자기도 무언가 말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4 틀렸다고 지적하기보다는 그냥 봐주자.

영어로 대화를 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부모들에게는 지적질 본능이 있다. 나 역시도 잘 조절이 안되는데 틀린 게 있으면 무조건 고치려고 한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린다. 대화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처음에는 틀리더라도 계속 말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언어는 습관이기 때문이다. 반복적으로 틀리는 부분은 다른 표현을 이용해서 들려준다. 그렇게 본인이 느껴서 고치도록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문법적 오류가 없는 완벽한 문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빨리 나오도록 반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도 한국말을 하면서 완벽하게 문법적으로 맞는 말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5 영어책 읽기는 나를 위해서도 자녀를 위해서도 좋은 습관이다.

간단한 영어 책을 읽어 주고 아이에게 물어본다.

What do you think about it?

그렇게 질문하면 아이가 처음에는 그저 Good이라는 한 마디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럴 때 부모가 나서서 I think that ~ 나의 느낌을 얘기해주자. 그렇게 하다 보면 본인 발음 공부와 작문 공부도 될 뿐 아니라 아이도 따라 하게 된다.


사실 배움은 쉽지 않다. 내가 몸으로 느낀 건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지식은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그 어려움을 아이에게만 감당하게 하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본인의 실력을 위해서 자녀의 실력을 위해서 같이 영어 공부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영어 조기 교육을 물었던 그분에게 이렇게 답해 드리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어가 왜 중요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