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를 따라 그리다
아이들이 보는 몽실 언니를 펼쳤다.
이철수 선생님의 판화 그림이 내용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따뜻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피그먼트 펜으로 똑같은 굵기의 선으로 스케치하다 보니 판화의 굵은 선과 투박한 느낌은 나지 않았다.
그저 연습한다는 느낌으로 계속 스케치를 이어 나갔다.
그렇게 스케치를 마무리하고 책 제목을 적었다. 그리고 오늘의 날짜를 적어 넣었다.
색연필을 들어 색을 입히고 나니 조금 낫다.
그렇게 오늘의 그림은 완성 되었다.
몽실 언지극히 개인적인 단상들
1. 김주사
몽실 언니의 성이 정 씨라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그리고 새아버지의 성씨는 김 씨.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그를 김주사라고 부른다.
주사라는 호칭. 나이가 있는 공무원을 주사라고 부르는 건 아닐까?
우리는 흔히 공무원의 직급이라고 하면 숫자로 알고 있다.
9급, 7급, 5급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직급의 다른 이름이 있다.
9급 서기보
8급 서기
7급 주사보
6급 주사
5급 사무관
4급 서기관
3급 부이사관
2급 이사관
1급 관리관
예를 들어 세무 직렬에서 일하는 8급 직원이라고 하면 세무서기가 직급 이름이 된다.
다른 예로 행정 직렬에서 일하는 6급 직원이라고 하면 행정주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직급 이름이 길다 보니 앞에 직렬은 빼고 직급 이름만 부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이 김 씨인 6급 직원을 김주사 이렇게 부르게 된다.
아마도 몽실 언니에 나오는 새아버지 김주사도 동네 일을 하는 나이 든 공무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2. "아버지 먼 데 가서 돈 벌어 올게. 그래서 쌀도 많이 사고, 몽실이 고까옷도 사자, 응?"
몽실 아버지가 몽실이에게 이렇게 말하고 도시로 떠난다.
어쩌면 몽실 아버지는 진짜로 돈을 벌러 간 것인지 아니면 그런 이유로 본인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나 역시도 우리 아이들에게 똑같은 말을 하며 집을 나선다.
"아빠 사무실 다녀올게."
(아빠 돈 벌러 나갔다 올게)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좋은 옷을 입는 것도 아니라 그저 아빠와 함께 노는 것을 바라는 건 아닐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본다. 과연 우리의 아이들은 나와 얼마나 더 놀아줄까?
중학생? 고등학생? 아무리 길게 잡아도 10년이 남지 않은 것 같다.
어느 순간 부모보다는 자기의 친구나 애인을 찾아가는 시간이 오겠지.
그때까지 돈을 더 벌어야겠다 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는 것이 내 인생에서 올바른 선택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좋은 아빠인지 좋은 남편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그저 가족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같이 할 수 있을지 하나 더 고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