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을 데리러 집에 들렀다가
아버지의 서재를 유심히 보았다
색이 바랜 노란 봉투 속에
들어있던 각종 서류들
그리고 스프링 노트들
어떤 내용일까 싶어 열어 보았더니
아버지의 가계부였다
지금도 아버지가 가계부를 쓰시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예전부터 이렇게 꼼꼼히 쓰셨었는지는 몰랐다
30년이 넘는 일상의 기록들이었다
내가 지금의 아이만한 나이였을 시절
그때 아버지 어머니가 살았던 생활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차비 170원
싸인펜 100원
무 300원
과자 100원
짜장 800원
사소한 것 하나도
꼼꼼히 기록되어 있었다
나의 아들은
30년 뒤에 내 가계부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