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둔 그분에게
몇 년 후 은퇴를 앞둔 분께서 내게 상담을 요청했다. 나보다 인생 경험이 십 년은 더 많으신데 내가 무슨 조언을 해드릴 수 있을까 싶었다. 다만 그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퇴직이나 은퇴를 앞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글을 남겨 본다.
(내 앞길도 모르는데 어줍지 않게 의견을 남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만)
1. 불안하다고 아무거나 하지 말자. 목적과 결과를 우선 생각하고 시작하자.
주위 사람들이 은퇴를 앞두고 학교를 간다고 하거나 자격증을 따겠다고 하는 말에 본인도 그렇게 해보겠다고 하셨다. 과연 남들이 가는 길이 옳은 길인가? 공부를 해서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 자격증을 딴다면 그것이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 자격증 대여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능력이란 보통 3가지로 구분된다고 본다. 어떠한 일을 남들보다 빨리 하거나, 뛰어난 결과물을 내놓거나, 남들과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 3가지라고 생각된다. 즉 효율성, 우등성,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능력이 자격증을 딴다고 학교를 간다고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일까? 물론 영향은 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사업을 하는데 자격증과 학교가 큰 영향을 미칠까? 직접 해보는 것보다 오히려 못할 것이다. 무작정 뛰어드는 것도 안 되겠지만 최소한 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전업이 아닌 부업으로 일해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자신에 대한 상황과 자원에 대한 고민 없이 남들이 가니까 그 길을 따라가는 건 성공확률보다 실패 확률을 높이는 길이다.
2. 가용자원과 제약 조건을 되돌아보자.
상당을 하신 분은 직장생활을 20년 정도 하신 분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계셨다.
가용자원을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제안드렸다. 그것은 바로 매일 두 가지를 써 보라는 것이었다.
첫 번째, 다른 사람들이 본인에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과 분야는 무엇인가?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묻는 분야가 있다. 질문이 많이 있다는 것은 그 분야에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왜 그것에 대해 묻는지를 고민해 본다면, 왜 그 질문을 사람들이 많이 묻는지 원인을 찾다 보면 문제점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자신의 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나 남들이 인정해 주는 것은 무엇인가?
나도 가끔 그런 고민을 한다. '과연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질 만큼 내 능력에 대한 의심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난 이런 것을 시도했다. 블로그나 SNS에 있는 나의 지인들에게 본인들이 생각하는 내가 가진 장점을 적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전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남이 잘한다고 보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가진 강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제약조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라고 말씀드렸다.
몸으로 활동하는 부분은 분명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사람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운동을 통해서 자신의 근력을 유지한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별개이겠지만 말이다. 통상적으로는 나이가 들수록 운동선수와 같이 육체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니 본인이 잘 못하는 것, 하기 어려운 것들과 같은 본인의 제약 조건을 적어봐야 막연히 뛰어드는 무모함은 덜 할 수 있다.
3. 만약에 최악이 된다면
최소한 3년간은 아무 수입이 없다면 어떻게 버틸 것인지 물어보았다.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하면 금세 돈이 들어올 것처럼 보이지만 처음에는 오히려 자기가 가진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 그러니 지금의 조건에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 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3년 동안 아무 수입이 없다면 어떻게 생계를 꾸려나갈지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4.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은 다르다. 시간당 단가를 생각해보자
상담하는 그분은 글을 쓰기 좋아하신다고 했다. 그래서 작가나 소설가로 돈을 벌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하루에 한 편의 글이라도 써서 소셜미디어에 올려보시라는 미션을 드렸다. 5일 동안 몇 줄의 글을 쓰셨고 생각보다 글의 내용이 좋지 않아 보였다. 물론 내가 첨삭을 한 것은 아니고 본인의 기준으로 말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렵다. 특히나 팔리는 글은 쓴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글쟁이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큰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나 인세로 먹고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에 내가 낸 책이 30권 정도 팔렸다. 그래서 들어온 인세가 4만 원이 조금 넘는다. 그 책을 만드는데 3년의 시간이 들어갔다. 물론 전업으로 책을 쓴 건 아니지만 못해도 2,3달 이상의 시간은 소요되었다. 그런데 인세는 고작 4만 원에 불과하다. 내가 이렇게 글로써 생계를 꾸리겠다고 하면 과연 이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인가?
5. 열심히 노력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노력과 성과는 다르다.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나는 착하니까, 나는 열심히 했으니까 성공을 할 거야 최소한 실패는 하지 않을 거야 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에 공정 무역이란 게 있을 수는 있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무리한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정상적인 이윤을 추구하며 소비자와 생산자가 공정하는 거래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거래는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서로 물고 물어뜯는 약육강식의 시장이다.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하나라도 어떻게 더 나은 점이 있는지, 소비자에게 특별한 만족을 주는지 그런 것들이 있어야 성공하는 것이다.
6. 실제 사업 현실은 내 예상과 많이 다르다. 아니 심각하게 다르다.
자기 사업을 하는 사장님을 뵈면 사업에 대한 어려움뿐만 아니라 직원에 대한 어려움도 많이 토로한다. 직원들이 자기 마음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수시로 그만두는 직원이 있고 열심히 하지 않는 직원과 일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하셨다. 직원 관리 , 직원을 내 자식같이? 내 자식도 내 마음대로 안되는데 남의 자식을 어떻게 컨트롤할 것이냐.
은퇴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불안감을 늘 안고 산다. 물론 준비가 필요하지만 그렇게 불안감을 가질 것 까지는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는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뭘 잘하는지, 사람들이 나에게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내가 가진 능력을 어떻게 돈으로 바꿀지 고민한 다음에 은퇴의 계획을 짜야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