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면서 느낀 점들
다음 달이면 내 이름을 담은 세 번째 책이 나온다. 세 번째 책을 마무리하고 나면 올해는 내 전공 분야의 책을 쓰려고 계획 중이다. 어쩌다 보니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주위 사람들에게 글 쓰기에 관한 코칭을 해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직도 고칠 것이 많고 부족한 것이 많지만 글을 써서 책으로 내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적어본다.
1. 책을 낸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나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
'책을 내려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왜 책을 쓰려하는가? 에 대한 답이 있으면 위 질문에 대한 답도 역시 달라진다.
돈을 위해서라면
생계를 위해 글을 쓰겠다고 하시는 분이 있다면 말리고 싶다. 자신의 책이 많이 팔릴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막상 책은 생각보다 많이 팔리지 않는다. 내 경험으로 보아 첫 번째 책은 2천 권 남짓 팔렸고 두 번째 책은 이제 고작 30권이 팔렸다.
2천 권 이래 봐야 권당 1,500원 정도 인세가 나온다고 하면 겨우 3백만 원이다. 물론 한 달에 3백만 원이면 모르겠지만 3년 동안 팔린 수량이 저만큼이니 1년에 1백만 원 버는 셈이다.
지식의 노력에 비해 대가가 너무 허무하지 않나? 돈을 위해서 쓰는 것이라면 다른 일을 해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혜민 스님 정도는 되어야 책으로서 생계유지가 가능할 것이다.
홍보를 위해서라면
광고를 위해 책을 쓰시겠다고 하는 분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독서를 하지 않는다. 한 달에 한 권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주위를 보아도 책을 읽는 사람이 없고 지하철에서 주위를 둘러보아도 모두 스마트폰을 하고 있지 책을 보는 이는 없다. 책으로써 광고를 하겠다면 노력 대비 효과는 글쎄다.
물론 본인의 사업을 하거나 강의를 하면서 본인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에는 책만 한 도구는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아주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책의 홍보 효과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아 보인다.
경쟁력을 위해서라면
본인의 능력을 위해서 쓰겠다는 분이 있다면 환영이다. 나 역시도 이 목적을 위해서 썼다. 책을 쓰려면 일단 그 분야를 한 번 전체적으로 훑어봐야 한다. 책의 내용을 머릿속에 넣고 있지 않으면 써 내려가기 어렵다. 즉, 책을 쓰면서 공부가 되고, 공부를 하면 책의 질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조금 부담이 되더라도 책을 써보라고 추천드린다. 졸작이 나와 주위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지라도 분명 한 권의 책을 쓰는 동안 자신의 능력은 늘어난다.
또한 세상 어떤 이에게는 그 책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내 책을 통해서 좋은 도움을 받는다면, 한 줄의 내 글에서 독자가 살아갈 힘을 얻는다면 그만한 보람이 있는 일이 있을까?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경쟁력을 키우고 싶다면 책을 써보자.
2. 글은 어떻게 써야 잘 쓰나?
사실 아직도 내 글에는 부족함이 많다.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을 보면 부럽다. 그렇다고 마냥 부러워한다고 저절로 글 실력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내 생각이라기보다는 어디서 주워들은 글 쓰기 기술들이다.
짧게 쓰자
글이 길게 늘어지면 지루하다. 계속 중언부언하면 글을 보는 사람이 짜증 난다. 또한 쓰고 있는 나 조차도 핵심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최대한 짧게 쓰자.
나는 구글 번역을 통해 내 글의 길이를 검토해본다. 구글이 제대로 번역하면 잘 쓴 글이고 이상한 내용이 번역되어 나온다면 제대로 쓰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확실히 짧고 명확하게 썼을 때 구글 번역 역시 잘 나온다. GIGO(쓰레기가 투입되면 쓰레기가 나온다) 원칙을 정확히 지키고 있다.
형태를 갖춰서 쓰자
글을 쓰다 보면 나 역시 주어를 빠뜨린다. 완전한 문장이 아니라 어딘가 빠진 문장이 되어버린다. 문장을 쓰고 나서 주어를 한 번 찾아보자. 동사에 신경을 쓰다 보니 주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른다.
수, 것은 빼자
글 쓰기에 자신이 없다 보니 불필요한 단어들이 중간에 들어간다. 내가 생각하기에 대표적인 것이 수와 것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는 것 같다. ->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달리기를 잘할 수 있다 -> 나는 달리기를 잘한다.
우리에게는 겸양의 미덕이 있다. 즉 자신을 낮춰서 표현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였을까? 나도 모르게 표현을 좀 낮춰 쓴다고 해야 할까? "수"나 "것"을 쓰면 자신감이 부족한 표현처럼 느껴진다. 나는 가급적 이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습관이 굳어서인지 어느새 나타난다.
쓰고 나서 한 번 읽어 보자
영작을 하면서 원어민 선생님께 들었던 지적이다. 내가 영작을 하고 나서 한 번 읽어보라는 조언이었다. 분명 본인이 들었을 때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은 틀린 부분이라고 하셨다. 한글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내가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았을 때 문장이 잘 들리지 않는다면 다시 써야 한다.
초등학생이 읽는다고 생각하고 쓰자
정확히는 독자를 생각하고 쓰자는 말이다. 예를 들자면 내가 회계 책을 쓸 때는 중견업체에 다니는 10년 차 직장인 친구를 떠 올렸다. 그 친구가 읽는다면 이 내용을 이해할까? 어떻게 하면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을 했었다. 독자를 떠올리지 못한다면 최소한 초등학생이 읽는다고 생각하고 써 보자. 배경지식이 부족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쓴다고 하면 어렵게 글을 쓰기 힘들다.
3. 글은 언제 쓰나?
새벽에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글을 쓰면 참 좋다.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아침에 일어나 30분씩 운동을 하기에도 벅차다. 글로써 밥벌이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열렬한 팬이 있어서 글을 써야 하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의 생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브런치에 열심히 글을 올린다. 때로는 만원 전철 안에서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쓸 때도 있다. 오히려 그런 때 이런저런 생각이 잘 나기도 한다.
가만히 앉아서 쓰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자투리 시간에 남들이 게임할 동안 빈 메모장에 단어들을 채워보자. 생각이 나는 단어를 계속 적어보는 것이다. 그것이 글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한 번에 글을 완성하면 좋겠지만 두 번, 세 번 나눠서 써도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작가의 서랍에 글과 글감을 저장해두었다가 시간이 날 때 다시 꺼내어 완성한다. 사람들은 일필휘지를 꿈꾸지만 사람의 생각이라는 게 수시로 변하기에 오히려 논리가 뒤죽박죽인 글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러니 여러 번 고친다는 생각으로 쓰자.
4. 글감은 어디에서 찾을까?
사람들이 내게 묻는 질문들이 있다. 전공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사는 환경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아이들의 질문일 수도 있다. 또한 주위 사람들과 대화하는 도중에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 즉, 예비 독자인 주위 사람들이 묻는 것들에 대한 답을 글로써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질문을 던질 때, 그냥 흘려보내지 말라. 무엇이든지 적어라. 나 같은 경우에는 컬러노트 앱이나 브런치의 서랍, 에버노트 음성 녹음 등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그런 생각들을 차곡차곡 수집한다. 시간이 난다면 브린치의 서랍과 같이 블로그의 글 저장 기능을 이용하여 어느 정도 내용을 정리해 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예전에 썼던 내용을 다시 돌아보며 자신의 생각을 그 글에 녹여낸다. 물론 그 안에는 자신의 경험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 그저 남의 얘기를 듣고 베끼는 것에 그치면 사람들이 글을 읽는 흥미가 떨어진다. 물론 듣는 것도 잘 살려서 써내면 좋겠지만 아직 초보 작가인 우리들에게 그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내가 가진 경험을 글에 살렸을 때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 읽을만한 글이 된다.
5. 책을 만들려면 얼마만큼의 글이 필요한가?
보통 책이라고 하면 최소 100페이지 정도의 글이 필요하다. A5 사이즈(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 시중 서점에서 가장 보편적인 크기)의 작은 사이즈라고 하더라도 150 페이 정도의 책을 만들려면 5만 자가 넘는 양이 필요하다. 200자 원고지로 400장 가까운 양이다.
내가 지난번에 쓴 "인생에 관한 짧은 생각들"은 모두 52,473자다. 원고지로는 368장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이 내용을 하루에 쓴 것은 아니고 3년 동안 브런치에 쓴 글들을 모아서 낸 책이다.
(자수 집계는 한글을 기준으로 파일 - 문서 정보 - 문서 집계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원고지를 하루에 10장씩 써내려 갔다면 37일이면 될 분량이다. 즉 한 달이 조금 넘으면 쓸 수 있는 분량이지만 전업 작가도 아닌 나에게 그런 양은 쉽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내킬 때마다 쓰다 보니 1달이 아닌 3년이 걸렸다.
6. 퇴고는 몇 번이나 해야 하나?
사람들은 내가 쓴 글이 완벽한 글이 되어야 책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편집자가 교정 교열을 완벽하게 해 줄 수는 없다.
일반 소설과 같은 분야는 교정 교열로 출판사의 역량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내가 쓰고 있는 세법에 관한 내용을 편집자가 모두 지적해서 고쳐줄 수는 없다. 물론 일부 조사나 단어의 오류 정도는 바꿔줄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바꿔줄 수 없다. 즉 전문 분야의 내용에 대한 교정 교열은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세 번째 책의 경우에도 출판사에 최종 원고를 주고 나서도 최소 4, 5번 이상 교정 작업을 하고 있다. 저자의 생각과 편집자의 생각은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작업하는 과정에서 오류나 오타가 발생하기에 계속 수정 작업이 필요하다.
최종 원고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도 퇴고를 4,5번 이상 거쳤다.
즉 처음 원고를 쓰고 나서 최소한 10번 정도는 거쳐야 어느 정도 괜찮은 글이 나오는 셈이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헤밍웨이의 말을 절실히 느낀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한 마디 덧붙이고 싶다.
'초고 없이 어떠한 책도 나올 수 없다. 단 한 줄, 한 문장이라도 써 내려가야 책이라는 완성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