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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an 18. 2019

#18 짝눈 개구리

100d 100d project

아직 가족들이 잠든 사이 펜을 들었다.

부스스한 얼굴로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뜬 아들 갑자기 나를 째려본다.

"아빠 그 양말 내 것 아니야?"

"응. 맞는데 왜?"

"내 거인데 허락도 없이 그렸네"

아니 자기 돈으로 산 것도 아닌데 아들 허락까지 받으라니 머리가 띵하다.

"치사하다. 아빠 치사해서 안 그리련다"

그랬더니 자기도 머쓱했는지

"아니 그리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고"

꼬리를 내린다.

마음 같아선 다른 양말을 그리고 싶지만 이미 스케치의 절반을 넘어가는 상황인지라

"그래. 아빠가 정말 큰 맘먹고 그려준다."

스케치를 마치고

사실 내 양말을 그리고 싶었다. 그런데 가지고 있는 양말이 온통 검은색이다.

그냥 마커펜으로 몇 번 칠하면 그림이 그려질 텐데 우중충하게 그렇게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

아내의 양말들도 찾아보았으나 대부분 단색의 양말이 대다수에 스타킹이 대부분이었다.

스타킹 역시 색깔이 한 가지 색이라 나의 흥미를 잡아당기지는 못했다.


그래서 마지못해 아들의 양말을 찾게 되었다.

처음 저 양말을 골랐을 때는 한쪽만 그려야지 했었다. 그런데 양쪽을 맞춰보니 그림이 되는 것이었다.

내심 '요거다. 딱 좋네'라는 생각이 들며 그림을 그렸다.

약간 뚱한 토끼의 표정과 녹색의 개구리가 잘 어울려 보였다.

특히나 녹색의 개구리는 더 잘 살리고 싶었는데 기술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약간 짝눈이 되어버린 개구리가 되어 슬펐다. 하지만 나름 사람들에게는 귀여울 거라며 마지막 음영을 그리고 펜을 내려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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