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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r 10. 2019

#069  냉장고의 속내

100d 100d project

'냉장고라는 사적인 공간을 그려야 하는데 아내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그래서 아내에게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냉장고 안쪽을 그려도 괜찮아?"

아내는 별거 아니라는 듯

"신경 안 쓰는데?"

생각과 달리 아내는 무덤덤한 눈치다.


마음의 부담을 덜고 스케치를 시작하다.

오늘은 휴일이니 종이 가득 그려보기로 했다.

냉장고가 많이 비어 있다.

요즘에 아내가 냉파(냉장고 파먹기)를 하신다며 냉장고에 있는 식품들로 조리를 하고 있다.

덕분에 꽉 찬 냉장고가 아니라 반쯤 비워진 냉장고를 보게 되었다


맨 윗줄 깐 밤이 담겨 있는 회색 밥그릇과 시장에서 사 온 밤 봉투가 보인다

그 오른쪽 초록색의 버터였는데 노랗게 보인다

버터 옆 유기농 발효유가 자리 잡고 있다


가운데 줄에는 멸치 봉투 두 개가 반쯤 넘는 공간을 차지했다 왼쪽에는 방울토마토 오른쪽에는 크랜베리 소스 통이 보인다


마지막 줄에는 김치통이 위풍당당히 자리를 차지하며 왼쪽에 빨간색 딸기잼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과일 칸에는 사과가 봉지째 들어있다 사과를 담은 비닐봉지 끝단이 미처 칸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삐쭉 튀어나와 있다


우리 집 냉장고를 닫으며 그림을 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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