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으로 채울 수 없는 허전함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난 아내의 눈빛에서 허전함이 느껴진다.
"밥 한 그릇 더 퍼줄까?"
아내는 고개를 내젓는다.
"먹어도 먹어도 자꾸 허기가 지네."
나는 아내의 그 말이 육체적 배고픔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면 그건 나에게 '사랑해줘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관심과 애정 그것이 부족한 감정적 허기였는데 난 그것을 몰랐던 것 같다.
아니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했던 건 아닐까?
아내의 허기를 생각하는데 문득 퇴근길의 기억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지하철 개찰구를 나가려는데 연인을 떠나보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연인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서 그랬던 것인지 남자는 여자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개찰구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에게도 분명 저런 시간이 있었을 텐데 마치 겪지 않았던 일처럼 기억 속에서도 잊혀 언제 그랬었나 싶다.
일상에 지친 아내를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서로를 보면 설렘보다는 편안함 또는 동질감을 느낀다.
우리에게 애틋했던 시간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남의 편인 남편이 아니라 내편처럼 느껴지는 날이 올는지
그녀를 연인처럼 다시 대하는 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