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시야의 한계
출장길 공항에서 초과 수화물 요금을 계산하게 되었다.
발권 창구가 아닌 다른 창구에서 계산해야 했다.
안내 직원은 여기가 아닌 반대편 창구에서 계산해야 한다며 데스크 번호를 알려주었다.
나는 반대편 쪽에 있는 초과 수화물이란 간판을 보고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직원에게 초과 수화물 요금표를 내밀었다.
하지만 그 직원은 약간 짜증이 섞인 말로 "저 옆 항공사예요."라며 손짓으로 가리켰다.
다시 안내 간판을 보았다. 초과 수화물이라는 큰 간판 밑에 작은 글자로 항공사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항공사 글자를 놓친 채 초과 수화물이라는 간판 바로 밑의 창구에 간 것이다.
교통카드에 요금을 충전하기 위해 충전 기계 앞에 줄을 섰다.
내 앞의 일본인 관광객들은 한참이 지나도 충전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옆 자리의 기계가 비어서 그곳에서 충전을 했다.
기계에는 50불과 100불 지폐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적혀있는데 일본인 관광객은 계속 10불짜리 지폐를 넣고 있었다.
돈을 투입하는 곳에 파란 글씨로 적혀 있지만 그 글씨를 읽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내 것을 충전하고 알려 주려 했는데 일본인 관광객이 먼저 자리를 뜨는 바람에 알려주지는 못했다.
일을 하다 보면 지식의 저주에 빠진다.
지식의 저주 (curse of knowledge)란 어떤 개인이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도 모르게 추측하여 발생하는 인식적 편견이다.
-위키 백과 중
내가 하는 분야는 나에게는 익숙한 분야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사소한 것들은 잘 알 것이라고 예상하게 된다. 두 번의 경험을 돌아보며 타인의 경험이 아닌 나의 잣대로 상대방을 재단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다.
특히나 그 사람이 당사자가 아니고 이 분야에 처음 발을 들인 사람이라면 더더욱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