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r 28. 2019

시시포스의 돌보다 무서운 빨래

https://bit.ly/2OrHJuh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라는 인물이 있다.

시시포스는 남을 속이기 좋아하는 인물인데 저승의 신마저도 속이다가 나중에 저승에서 돌을 굴리는 형벌을 받게 된다. 정상까지 돌을 굴려 올리면 다시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무한하게 반복되는 형벌을 받는다.


갑자기 웬 시시포스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난 가끔 청소와 빨래를 보며 시시포스를 떠올린다. 청소와 빨래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오히려 시시포스의 돌보다 무섭다. 시시포스는 정상으로 돌을 올리는데 제약 시간은 없다. 다만 정상에 돌을 올리면 떨어질 뿐이다. 하지만 청소와 빨래는 이보다 더하다. 오늘도 청소를 하지 않고 내일도 청소를 하지 않으면 먼지가 쌓인다. 빨래는 이 보다 더하다. 빨래를 하루를 미루고 이틀을 미루면 시시포스의 돌이 하나가 아닌 두 개, 세 개로 늘어난다. 오히려 돌 하나를 올리는 시시포스보다 더 가혹한 것이다.


청소와 빨래에 부담을 갖는 아내에게 늘 이렇게 말한다. 노력을 하지 말고 습관처럼 하자고 말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 빨래는 내가 전담을 하게 되었다. 청소는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에 늘 하고 나서도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지만 빨래는 기준이 명확하다. 세탁기에 넣는다. 빨래를 건조대에 널어놓는다. 이걸로 끝이다. 내게는 빨래는 그저 아침 양치를 하듯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데 아내에게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사람들은 한꺼번에 무언가를 해치우기를 바라지만 삶이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 번의 벼락치기보다는 꾸준한 노력이 삶의 해결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을 잡아먹는 악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