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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흙표범 Nov 27. 2023

시어머니가 시아버지 차를 안 쓰는 이유

(부제 : 아빠가 보고 있다)

나는 아직 '시댁'이 낯설다.

결혼한 지 1년이 지나도 시댁은 어려운 존재다.

시부모님이 좋은 분이라는 걸 안다는 것과

편하게 느끼는 것은 다른가 보다.


나는 이런 감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연애 5개월 만에 결혼해서 매일 보는 에코도

가끔은 낯설 때가 있는데,

하물며 결혼 전에 두 번 정도 뵀던 그의 부모님이

결혼을 하며 가족으로 묶였다고 '짠'하고

편해지고 친해질 수는 없지 않을까.


착한 며느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예쁨을 받고 싶은 욕망도 없는 나는,

시댁에 갈 때마다 조용한 미어캣이 되곤 한다.

함께 하는 시간이 켭켭이 쌓이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시어머니에게 궁금한 것이 생겼다.

대놓고 물을 수는 없지만,

내 기준에서는 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노령의 시부모님은 각자 차를 가지고 계신다.

가정주부이신 시어머님은 5년 된 준중형 승용차를,

이미 한참 전에 은퇴하셨고, 칠순을 넘긴  아버님은

일 년 전쯤 전기차로 바꾸셨는데,


특이한 건,

어머님이 친구를 만나러 나가시든,

우리가 사는 세종까지 혼자 오시든 간에

연료비가 저렴한 전기차를 타지 않고,

본인의 준중형 휘발유차를 타고 다니신다는 점이었다.


아버님은 유지비가 저렴해서 전기차로 바꾸셨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만 쓰시기에

대부분 아파트 주차장에 서 있는데도 말이다.


궁금하게 생각하며 보내길 거의 년째,

아버님이 드디어 화두를 던지셨다.

"우리 차도 얼마 안 타는데, 차 두대가 웬 말이야.

  전기차가 유지비가 저렴하니, 당신 차는 팔자"


그 말을 들으신 어머님은 발끈하셨다.

"냅둬 내차는! "

5초 후 말을 이어가셨다.

"아들 차 빌려주면, 지금 어디 있네, 어디 지났네

이렇게 확인하는 거 다 알고 있는데

내 일거수일투족도 다 감시하려고?"


그 상황에서 가장 당황한 건 우리였다.

연애초기, 부모님도 모르는 비밀연애였지만,

전기차를 빌려 에코와 함께 갔던 해운대,

대천 해수욕장을 아버님은 다 알고 계셨다니...

우리의 숙소마저도 아셨겠구나 싶어서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맙소사...


에코도 당황했는지 아빠에게 물었다.

"운전하고 있으면 어디로 가는지 다 보여요??"


아버님은 별 것 아니니 걱정 말라는 듯이 얘기하셨다.

"3km 내에 차가 있으면 어디 있는지 보이는 게 다야,

 충전할 때는 내 카드로 쓰니까

 어느 충전소에서 결제했는지지"



아뿔싸.

평소 에코는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을 음성으로 하는데,

(인식을 못해도 그는 열 번 이상을 반복하기도 한다)

아버님도 음성을 쓰신다니...


부전자전이다. 

앞으로 나도 내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시어머님처럼 조심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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