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의 탄생, 그리고 폭주하는 엄마

"spaceship' 이후 벌어진 아주 잠깐의 사교육 소동기

by 모락모락

6월의 마지막 주, 드디어 첫째 아이의 유치원 부모참여수업이 열렸다. 유치원에 다닌 지 벌써 6개월. 주말이면 “유치원 가고 싶다”고 노래 부르던 아이가, 어떤 이유로 그토록 유치원을 좋아하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우리가 사는 동네는 교육열이 지나치지 않은 곳이다. 그래도 유치원에서 여러가지를 경험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엄마들의 기대를 잘 아는 듯 다채로운 수업들로 이루어졌다.


누리과정 기반의 음악, 미술, 체육은 물론이고, 영어·수학·과학·독서활동까지. 전래동화 이야기 수업, 다문화 체험, 동물 교감 수업, 목공 활동, 숲 체험도 곁들여진다. 아이 손에 들려오는 교구나 책자를 보다 보면, 이 많은 걸 다섯 살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무엇 하나 억지로 시키는 느낌이 없다는 점이 좋다.


6월의 활동 주제는 ‘우주’였다. 유치원 입구엔 거대한 우주선이 설치되어 있었고, 복도와 교실은 아이들이 만든 우주 속 세상으로 가득했다. 선생님들의 정성, 아이들의 상상력, 그 안에 우리 아이의 작품이 더해져 작은 전시회를 보는 듯했다.


'와,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정말 대단하다…'
한 달간 나눈 이야기와 경험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절로 미소가 났다.


이날 참여수업은 4교시로 구성됐다. 1교시는 우주 이야기 나누기, 2교시는 비행기 만드는 목공 활동, 3교시는 별이 되어 노래하고 춤추는 음악 시간, 4교시는 영어 선생님과의 프리 토킹 시간.


아이의 모습은 익숙했다. 싱글벙글 웃으며 수업에 임하긴 했지만 선생님의 질문에 콩알만 한 목소리로 조심조심 대답했다. 귀엽지만서도, 속이 살짝 답답했다.


“좀 더 크게 말해주면 안 될까?”

속으로 중얼거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상담 때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아현이는 주목받는 걸 싫어해요.”
어릴 때부터 남들 앞에서 발표하길 좋아했던 나로선 낯선 모습이었다.


그런데 4교시 영어 수업에서,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펼쳐졌다. 영어 선생님이 우주와 관련된 질문들을 하셨고, 답을 아는 아이들이 손을 들고 대답을 했다.

그러던 중 선생님이 “우주를 여행할 때 뭘 타고 하나요?(더 긴 설명이었는데 그 부분만 알아들었다^^;;) ”하고 질문했다. 나는 해석하느라 머리를 굴리고 있었고, 아이들도 잠시 멈칫했다. 그때 우리 딸이 미소지으며 또렷하게 말했다.


Spaceship.”


헉. 나도 놀라고, 몇몇 엄마들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영어 선생님은 딸아이와 하이파이브하며 외쳤다.


You’re today’s superstar!”


그 순간, 나의 두 눈이 뒤집혔다. 수업이 끝나자 “어떻게 영어를 그렇게 잘하냐”, “어디 학원 다니냐”는 엄마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입꼬리는 귀에 걸려 있었고, 나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미 사교육 모드에 돌입해 있었다.


아현아, 영어학원 다닐래?,

00이 다니는 영어 놀이터 어때?,

잉글리시 쿠킹 수업 정기권 끊어볼까?”


온갖 선택지를 들이미는 나에게, 딸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엄마가 이러면 나 영어 싫어진다니까?”


그 한마디에 나는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달아올랐던 교육열이 뚝 꺼졌다. '그래... 지금도 충분하지' 영어유치원을 고민했던 적도 있지만, 결국 이 유치원을 선택한 건 ‘영어’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놀면서 배우고, 그렇게 즐겁게 배우는 경험이 나중에 아이 인생에 큰 자산이 되길 바랬던 나였다.


우리 딸의 단호한 한마디는 흔들리던 내 마음을 다시 붙잡아 주었다. '아직은 배울 때가 아니라 놀 때잖아'

그리고 우리 딸이 즐겁게 유치원을 다니는 이유도 답을 찾은 듯 했다. 재미있게 배우는 놀이터가 바로 유치원이었다.


“아현아, 나중에 영어공부 더 하고 싶어지면 꼭 말해줘.” (미련은 살짝 남겨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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