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만의 주인공들, 에어로빅 무대 위에서
아이들을 기관에 보내고 오전 시간을 운동에 쓰고 싶어서 아파트 커뮤니티 휘트니스 장을 등록했다.
그러던 중 10시에 시작하는 옆 G.X장 노랫소리에 힐끔힐끔 눈길이 갔다. '엄청 신나겠다...'
'그치만 나 아직 젊은데...에어로빅?' 보는 눈이 신경쓰여 고민했지만 복직이 두 달밖에 안남아 아까운 이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써보기로 했다.
첫 수업은... 웃음이 줄줄 흘러나왔다.
트로트부터 뽕짝,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들의 노래까지. 신나지 않을 수 없는 메들리였다.
에어로빅 수업이었지만 아이돌 노래가 나올 때면 댄스챌린지에 나올법한 힙한 동작까지 나오고
방송댄스 수업이라해도 믿을 정도였다.
초반에는 큰 동작이 반복되는 동작들로 이루어져서 따라가기도 괜찮았다.
'그래, 역시 잘 할 줄 알았어. 내가 우리동네 김효리였다고~!'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동작은 빨라지고, 리듬은 쪼개지고, 나의 팔다리는 따로 놀기 시작했다.
토끼춤도 꼭짓점 댄스도 다이아몬드 스텝도 다 잊었나보다.
'와... 이것도 못한다고?'
당황했지만 동작만 따라가느라 급급한 나머지 주위를 둘러볼 겨를도 없었다.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수업이 끝났다.
'그래도 진짜진짜 재밌었어. 내일 또 와야지.'
두 번째 수업에서는 선생님 바로 뒤에서 에어로빅을 하시는 한 분에게 눈이 갔다.
배꼽티에 짧은 스커트, 탄탄한 몸매, 정확하고 절도 있는 몸사위.
‘우와... 어쩜 저리 잘하시지?’
나도 모르게 시선이 자꾸 갔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그 분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이가 있어 보였다.
‘어머, 저런 연세에 저렇게 춤을 잘 추신다고?’
그보다 더 인상 깊었던 건, 그분의 표정이었다.
진심으로 신나 보였다. 무대 위 아이돌처럼...
특히 아이브의 ‘REBEL HEART’가 노래가 흘러나올 땐 장원영보다 요염하고 섹시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만 의정부 김효리가 아니었구나.’
여기 계신 몇몇 분들, 그 동네의 김완선이었겠구나!!!
지금은 동네 센터에서 에어로빅을 추고 있지만,
마음만은 다들 ‘이 구역의 장원영’이고 ‘우리 동네의 카리나’일지도 모른다.
며칠간 수업을 들으며 하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아야 하는구나.
그리고 그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수업이 끝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면 이 분들은 누군가를 챙겨야 할 엄마이자 아내이고, 딸이자 며느리일 거다. 내가 아이 둘과 남편을 챙겨야하는 사람인 것처럼.
다만 이 곳에서만큼은, 이 한 시간만큼은 이 분들은 자기 무대 위에 선 주인공들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나는 그분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들뜬 표정을 보며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걸 느끼고 나니 나는 에어로빅 수업 시간이 더 좋아졌다. 나와 함께 춤을 추고 있는 아줌마들이 나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에... 우리 모두 자신만의 '장원영'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조명은 없지만, 리듬 위에 자신을 맡긴 그 순간, 우리는 진짜 빛나고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이지만 우리 함께 빛나는 무대에 서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