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족을 챙기며 느끼는 엄마로서의 기쁨과 부담, 그리고 감사
내 통장 잔고에서 텅텅 소리가 들릴 5월이 찾아왔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줄줄이 이어지는 기념일 덕에 벌써부터 짠내가 난다.
어릴때는 몰랐었다. 엄마아빠가 5월을 얼마나 두려워했을지를.
그저 어린이날 선물 받을 생각에, 할머니댁에서 용돈 받을 생각에 한껏 들떴던 나였는데,
시간이 빠르게 흘러 어느덧 나도 받은 것을 되돌려주는 나이가 되었다.
매년하는 고민인데 매년 골칫거리다. 다행히 어린이날 선물은 사뿐하게 완료했다.
활발한 둘째가 언니의 킥보드를 넘보는 바람에 첫째에겐 새 킥보드를, 둘째에겐 킥보드 추가장비와 튼튼한 새 신발을 챙겨주며 자매의 싸움을 평화롭게 종결지었다.
스승의 날은 (어차피 웬만한건 안받으시니) 간단하게 보내야겠다. 기분 좋게 먹기 좋은 쿠키나 초콜릿에 생화 카네이션 몇 송이. 귀여운 아이 얼굴이나 신박한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나 머리띠는 과감히 패스해주겠다. 나는 실속파니까. 후후훗!
어버이날은 역시 현금이 최고일 거다. 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님들을 위해 작디작은 카네이션도 준비했다.
밥 한 끼 사드리고 어마어마하게 반찬거리를 받아오니 이건 되로 주고 말로 받아오는 셈인건가.
아이가 둘이나 되니 어린이날이라고 챙겨 주시는 용돈까지 더해지니 이쯤 되면 내가 더 챙긴 거 아닌가 싶어 괜히 찜찜하다.
어린이날 연휴는 매 년 친정, 시댁 순례.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는커녕 '효도주간' 스케줄만 소화하다 끝난다.
'어쩌겠니 너희들이 효자 엄마아빠를 둔 탓이지. 잘 보고 배워서 너희도 크면 우리에게 똑같이 해주렴' 어차피 너희는 매일이 어린이날과도 다름없잖아?
부모님께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을 쉽게 내뱉지 못하는 나이가 되다보니 아이들의 맑은 입술을 빌려 대신 전해본다. "아현아,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꼭 해드리자!" ("엄마아빠 사랑해요.")
연휴가 끝나고, 유치원에서 돌아온 첫째는 직접 만든 카네이션 액자와 편지를 내밀었다. 조막만한 손으로 꾹꾹 (따라) 눌러쓴 '엄마아빠 사랑해요', 우리 식구 네 명의 얼굴을 그려 넣은 그림까지. 엊그제 낳은 것 같은데 이렇게 야무지게 만든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돌이 조금 지난 둘째는 어린이집을 거쳐 인간 카네이션이 되었다. 카네이션 머리띠를 하고 예쁘게 웃으며 달려오는 너. 건강하고 행복해 보이는 네 모습 그 자체로 이미 효도 완료다.
'7살 때까지 평생할 효도 다 한다'던 말이 진짜 같다. 아이들이 주는 행복에 몸 둘 바를 모르는 나날들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잊기 쉬운, 5월의 또 다른 기념일. 바로 부부의 날이다. '결혼은 무언가 달라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다' 라는 댓글에 무릎을 딱 친 적이 있다. 엄마, 아빠가 되어 많이 포기하고, 많이 달라진 우리지만... 여전히 나답게 살게 해주는 한 사람. 내 남편!
내 속마음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유일한 대나무숲. 그 대나무에 맨날 스트레스만 풀어서 미안해.
일하랴 육아하랴 많이 지칠텐데... 늘 묵묵히 뒷받침해줘서 고마워. 서로를 잘 챙기진 못해도 가끔씩이라도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길. 부부의 날만큼은 말이라도 이쁘게 하자.
이래저래 챙길 것들이 많아 바쁘고도 따뜻한 5월이다. 이렇게라도 강제로 누군가를 챙기게 해주는 기념일들.
사실 고맙다.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표현이라고 하던데... 나 역시 아이들의 무한한 애정 표현에 울고 웃는 요즘이다. '엄마 사랑해' 이 말 한마디가 모든 걸 덮고 지나간다.
이런저런 이유로 울고 웃으며 마음을 전하는 가정의 달, 모두의 5월이 사랑으로 따뜻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