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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서 서평

인간 실격

누구나 자기만의 지옥이 있다

by 채PD


출판사 서평 중에는

"오직 순수함만을 갈망하던 여린 심성의 한 젊은이가 인간들의 위선과 잔인함에 의해 파멸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도대체 이 소설에서 타인들의 어떤 위선과 어떤 잔인함이 그를 파멸과 죽음까지 내몰았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 가질 않았다.


부잣집에서 태어난 죄의식?

어렸을 때 하인들에게 당한 성적 학대? (이건 아주 간략하게 한 줄로 언급되어 있다.)

엄숙하고 무거운 집안 분위기?

가장 가까운 이들이 자신을 정신병원에 가둔 배신감?


어떤 것은 이해 가는 측면이 없지 않으나 그 정도로 환경 탓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실제 우리 삶이 더 고단하지 않은가?라고 비교될 정도.


전후 일본의 자포자기적인 사회 분위기와 당시 젊은이들의 패배감.

전통적으로 자살에 대해 관대? 혹은 제법 수용적 이해도를 가진 일본 사회.

이런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해하려 해도 역시나 결코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결국엔 타고난 우울함과 염세주의적, 허무적 관념이 그를 아주 강하게 지배했다고 본다.


[인간 실격]이 전후 일본뿐만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각광받고 문학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데 있어 다자이보다 뛰어난 작가는 드물다"라고 한 뉴욕 타임스의 평가나,

"순수하고 더럽혀지지 않은 것을 갈구하고, 인간에 대한 구애를 시도하던 주인공"이라는 작품 해설들은

정말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는 그저 아무런 삶의 의지 없는 심하게 나약한 인간일 뿐이었고,

술과 불륜, 마약에까지 찌들어 있어서,

"인간에 대한 순수한 구애를 시도한 이"라는 평가와는 오히려 정반대가 아닌가 싶다.


전후 일본 사회에 큰 실망을 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현재에도 여전히 패배감과 무력감을 호소하는 불안한 청년 세대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고 해석하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p. 13


스스로 알면서도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부끄러움을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던 인간이어서.

그래서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일까?


(일본 근대 문학사에는) 자살한 문인들이 많이 있다
...
이들에 자살에 대한 비난은 거의 보이지 않을뿐더러
일본에서는 오히려 그들을
자기 논리에 따라 살다 간 존재로 간주하는 시각이 팽배하다
p. 165


작품 해설에 보면 일본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자살은 용인되었으며, 자살이 죽음의 미학으로 승화되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로 다자이 오사무의 뒤를 쫓아 그의 무덤 앞에서 자살한 문인도 있었다고.


자살에 대한 이런 사회적 인식도 그를 거장에 올려놓은 요소 중 하나였을까?




독보적인 세계문학 베스트셀러 [인간 실격]


워낙 유명하다니 읽어 봤다.

읽어봤으나.. 왜 유명한지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답답해서 여러 리뷰글들, 영상들도 살펴봤다.

그래도 여전히 이해 가질 않았다.


뭐. 내 지적 이해도나 공감도가 낮은 탓이겠지..


누구나 자기만의 지옥이 있다
한 줄 서평


같은 상황이라도 개개인마다 받아들이는 고통과 괴로움의 정도는 천지차이다.

때문에 내가 이해하고 느끼는 정도로 타인의 고통을 재단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요조도, 다자이 오사무도 스스로 견디기 힘든 그런 고통의 삶을 산 것이겠지.

이 소설에서 내가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은 딱 이 정도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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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의 삶과 정신을 어렴풋이 이해는 할 수 있어도

타인에게 공감과 지지까지 얻기는 결코 쉽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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