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을 하다 보면 하루에 세 번 꼭 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설거지이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날에는 식사 사이 간식까지 챙겨야 하니 하루에 세 번 이상 할 때도 있다. 맨손으로 설거지를 하게 되면 손이 건조해지고 습진으로 인해 손이 엉망이 되니 고무장갑을 껴야 하지만 갑갑하기도 하고 설거지를 하다가 우유를 달라거나 티브이를 켜달라는 아이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어야 하는데 그때마다 장갑을 끼고 벗는 번거로움으로 인해 고무장갑을 끼지 않고 설거지할 때가 많았다. 덕분에 한포진(손바닥과 발바닥에 피부 내의 작은 물집(수포)을 형성하는 재발성 습진성 피부질환이다.)을 달고 사는 나의 손은 주부습진까지 얻어 가려움이 심해지는 밤이면 가려움증을 없애는 연고를 잔뜩 바르고 밴드를 칭칭 감고 자야 했다.
일반세제를 다 쓰고 남아있는 아이 전용세제로 설거지를 할 때였다. 맨손으로 설거지를 하면 가려운 증상이 심해졌던 일반세제와는 달리 아이 전용세제는 맨손으로 설거지한 후에도 가려운 증상이 없었는데 그로 인해 일반세제가 피부에도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 또한 일반 주방세제에 포함된 <합성 계면활성제>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어렵고 거품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거품은 수표면에 얇은 피막을 만들어 빛과 산소공급을 차단하여 물속 식물들의 광합성도 막고 하천의 자정능력도 떨어뜨린다고 하니 환경을 위해서 주방 비누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커져갔다. 하지만 비누는 몸을 씻는 것이라 설거지와는 어울리지 않다는 선입견도 있었고 이미 사다 놓은 일반세제와 아이 전용세제가 남아있어 주방 비누를 사용하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했다.
천연 비누에도 액체형 주방 비누가 있다. 비누 베이스를 만들어 물에 희석시켜 사용하는 액체형 주방 비누는 준비할 재료도 많고, 만드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만든 후엔 4주 이상 숙성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고를 감수하면서까지 만들어 사용할 만큼 설거지 후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주방 비누를 만들어 쓰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판매하는 것을 구매해 사용하면 되지 라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비누를 만들 수 있다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그건 또 싫었다.
만드는 방법이 쉽고 간편해야 지속적으로 만들어 쓸 수 있을 거 같아서 최대한 만들기 쉬운 주방 비누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미 만들어진 비누 베이스에 커피 찌꺼기를 넣어 섞으면 되는 <커피 주방 비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만들 어사 용해 보았는 데 사용감도 좋아서 그 방법을 공유해보겠다.
<주방 비누 만들기> 1. 준비물 : MP 투명비누 베이스 250g, 천연 오일 5g, 글리세린 5g , 커피 찌꺼기 가루 3T, 커피 원액 5g.
2. 만드는 방법
1) 비누 베이스를 깍둑썰기 한다.
2) 깍둑 썰기한 비누 베이스를 녹여준다. (종이컵에 담아 30초씩 돌려 녹여준다)
3) 녹인 비누 베이스에 커피 원액, 오일, 커피 찌꺼기를 넣고 잘 섞아준다.
4) 틀에 넣어 굳힌다.
5) 비누가 어느 정도 굳으면 젓가락으로 구멍을 내어 끈을 달아준다. 이때 끈 대신 물 빠짐이 좋은 비누 받침을 사용해 보관해도 좋다.
마트에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세제의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조금은 낯선 주방 비누로 바꾼다는 것은 익숙함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어려운 일이었다. 일반 마트에서는 주방 비누나 비누를 만드는 재료들을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판매하는 곳을 찾아가거나 인터넷으로 구매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는데 이 정도의 수고는 우리가 사는 지구의 환경을 위해 조금은 견뎌도 되는 수고로움이라 아주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