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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 Oct 24. 2020

몰도바 여인


그녀는 왠지 쓸쓸해 보였다. 팀이 처음으로 대면하는 브리핑에서부터 삐딱한 태도로 모두를 대했다. 그리고는 이따금씩 다른 곳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여자의 텅 빈 눈빛이 나와 마주친 순간, 그것은 작은 충격처럼 내 마음에 박혔다.


그녀는 내게 건조한 말투로 사랑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애인 없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그를 절대로 믿지 말라고, 이성 간의 사랑은 결국 서로의 꿈을 포기하게 만들어 버리는 방해물과 같다며 강한 어조로 말한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이렇게까지 열변을 토하게 만들었을까? 애써 다른 대화로 주제를 바꾸려다가, 문득 그녀의 건조한 눈동자가 내 마음을 작게 요동시켰다. 그 속에서 뭔지 모를 아픔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슬퍼. 그는 그저 네 인연이 아니었을 뿐인 거야.

우리는 둘이 있을 때 더욱 완벽해지게끔 창조되었다. 언젠가는 너의 꿈을 지켜줄 사람을 만나게 될 거라는 작은 소망조차 없다면 삶은 쉽게 각박해지고 온기를 잃는다. 우리 소망하자, 우리 같이 사랑을 꿈꾸자.'


그녀는 이미 울고 있었다. 우리는 마음이 연약할수록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무시무시한 가시를 키워낸다.  자신을 지키려고 드러낸 가시는  주변 사람들을 찌르고,  깊은 나만의 세계로 본래의 나를 더욱 숨기는 모양이다.


결국 용서하고 다시 사랑하는 것이 우리 삶의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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