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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 Oct 26. 2020

내 주제에


나는 남들이 알아줄 만한 가방끈 긴 사람도 아니고 특출한 재능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훌륭한 경력이나 엄청난 성취를 이룬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청년일 뿐이다. 화는 얼마나 잘 내고 소심하기 그지없는지, 배울 점이 많은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내 주제에 누가 누구에게 감명을 주고 희망을 나눌 것인지 스스로 물어보았다. 거울 속에 나는 마치 상처 속에 핀 목련 같다.  하얗고 건강해 보이는 꽃잎은 바람만 스쳐 가도 금세 붉게 상처가 생겨난다. 시대의 격동하는 변화 속에서 생겨나는 부작용이란 부작용을 나는 모조리 겪어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하는 시점, 어린 시절 부모님의 맞벌이로 나는 집 열쇠 목걸이를 달고 외줄 타기를 하듯 자랐다. 가정에서의 결핍은 당연히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내 성장기는 신의 은혜로 다행히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나는 부모님의 바쁜 혹은 무관심한 생활 아래에서 혼자 자기가 외로운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많은 10대들을 본다. 그리고 하루에도 수백 번, 수만 번의 격려가 필요하지만 홀로 세상과 싸우고 있는 외로운 20대들도 보인다. 결혼관이 변해 혼자 사는 것이 최고라는 서른 즈음 우리들의 방황도 본다.


나는 내가 왜 혼자서 아무 보호막 없이 이리저리 상처를 만들고 다니는지 몰랐다.

나는 내 주변에 왜 다들 말하는 은사가 내게는 나타나지 않는지 몰랐다.


하지만 당신은 모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은 어떤 환경에 처해 있던 부디 신의 자녀로서 고귀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불필요한 상처와 기억을 껴안고 가는 길은 절대 괜찮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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