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ur Oct 26. 2020

8년 만에


스무 살 무렵 배낭여행의 목적지 중 하나인 벨기에 브뤼셀의 모습은 굉장히 품위 있었던 기억이 있다. 예쁜 초콜릿 상점들이 즐비했고 골목골목마다 실력 있는 디자이너 가게들이 이목을 끌었다.


거의 8년 만에 이 도시에 비행을 오게 되었다. 어째서인지 현재 이 도시는 번잡스러워 보였고 현지인(외국인 노동자들 포함)들이 기본적으로 매너와 교육의 수준이 부족한 경우가 많이 보였다.


콧대 높던 벨기에 초콜릿 명품 가게들의 지분은 대부분 중국의 것이 되었고, 아기자기했던 골목골목은 찌든 오줌 냄새가 났다.


그저 예전과 같은 것을 찾자면 감자튀김, 그리고 홍합요리의 맛 정도일 뿐.

뭐든 신기하고 긍정적이었던 8년 전의 나, 그리고 평가와 비교가 익숙해진 이십 대 후반의 나.


8년이라는 시간, 내가 변한 걸까 이 도시가 변한 걸까?


세계 큰 도시들의 우아함을 망칠 수 있는 것은, 의외로 관광객들이 쉽게 접하는 슈퍼마켓이나 로드샵에서 저렴한 인건비에 일하는 이민자(외국인 노동자)들의 태도에서 나올 수 있다. 우리가 모두 최고급 호텔에서만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아니고, 미슐랭 등급의 레스토랑에서 코스요리를 즐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행자에겐 사람 냄새나는 친절한 제스처 하나가 그 도시를 다르게 기억할 힘을 주는데, 우리는 모두 눈앞에 이익을 좇느라 숨겨진 많은 가치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비단 이곳뿐만 아니라 이제는 유럽 어느 곳에 가도 현지인 찾기가 더 힘들 정도이다.


어째서 이 세상은 빠르게 성장해가고 있다고 하면서, 실제로 우리가 예전보다 정신적으로 윤택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것일까?

작가의 이전글 변화의 시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