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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 Oct 26. 2020

변화의 시대


이곳의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는 굉장히 높다. 나라의 경제활동 상당 부분이 전체 인구의 80%가량이니, 경제활동을 거의 외국인에게 맡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덕분에 나를 포함 다른 외국인들은 꽤 좋은 조건에 나와 일을 하고 그들도 우리를 통해서 경제적 이윤을 얻는다는 뻔한 윈윈(Win-Win) 스토리 이라지만, 결말이 정해져 있는 시나리오다.


선진화된 외국 근로자들이 와서 사업의 기반을 잡으면 나라는 자국민을 위한 교육을 시작하고 그 사업을 자연스레 인수한다. 4년 전만 해도 비행기 조종실은 거의 외국인 조종사들이 주를 이루었으나 차츰차츰 현지 출신 부기장들이 들어와서 교육을 받더니, 지금은 현지 조종사들이 신입 기장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올라있다.


코로나 이후 많은 직업 계층에서 외국인이 빠지고 그 자리를 현지인들이 메꾸는 것을 본다. 두바이의 잘 꾸며진 거리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한 향수 가게 유리문이 열리더니 급히 우리를 잡는다. 향수 냄새를 맡아보지 않겠냐는 목소리에 어색함이 묻어있어 얼굴을 보니 두 청년은 모두 이 나라 출신이다. 허우적거리는 손, 흔들리는 눈빛 하지만 열정이 담긴 목소리. 우리가 발걸음을 멈추니 이것저것 향수를 팔고자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들은 할아버지 세대가 열심히 일해 '부국' 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이 나라에서, 정부의 지원과 걱정할 것 없는 미래로 좋은 집에서 좋은 차를 타고 좋은 것을 먹고 쇼핑을 하고 여행을 하며 살았다. 직장은 관리직이 주어지고 월급은 외국인의 두 배 이상이었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이제 젊은 세대는 더욱 빠르게 그들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무리 나라가 부유하더라도 젊은이들이 그저 럭셔리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노닥거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옆 나라 오만은 오래전부터 달랐다. 그곳은 택시만 타도 오만 현지 기사님을 만날 수 있다. 현지인으로서 그들 나라의 문화나 삶의 이야기, 그리고 여행 정보와 맛집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기에 여행의 맛을 더해준다. 그리고 그들은 쉽게 이방인과 친구가 되어준다.


아랍에미리트에서 5년을 살았지만, 현지인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란 그리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럭셔리한 레스토랑이나 쇼핑몰이다. 그들은 항상 서비스를 받는 고객의 입장에 서 있었다. 지금의 이 점진적인 변화는 적어도 그들 인생에서는 도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


하루아침에 많은 것이 뒤바뀌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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