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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 Oct 26. 2020

몰타의 시간


몰타의 시간은 21세기를 사는 지금도 여전히 중세 시대에 멈추어 있었다. 아주 오래전 전쟁으로 무너진 성벽들마저 이 도시를 더욱 고풍스럽게 만들어 주고 있으니 이곳에서 나는 완전한 이방인이 된 느낌으로 매우 낯선 길을 나섰다.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은 이 도시에 전경을 눈과 마음에 담기 위해 먼저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멀리 내다보이는 경치를 바라보았다. 푸른 지중해 바다가 내 눈동자에 끝없이 펼쳐지고 내 머리카락과 옷자락은 강한 바닷바람에 흩날렸다.


그때 저 멀리 부서진 성채의 먼지 하나가 귓가에 날아와 내게 묻는 듯했다. 무엇이 널 여기로 데려왔느냐고.


그때는 몰랐다.


이 모든 경험이 단지 나만을 위한 특권이 아니었음을.


나는 더 부딪히고, 경험하고, 배웠어야 했다.


내게 여행은 가슴팍에 단 자랑스러운 훈장처럼 남들에게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곳이 나를 보려고 불렀기에 내 발걸음이 이곳으로 이끌려 온 것이다.


그곳이 자신을 왜 불렀는지 알아가는 것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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