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ur Oct 26. 2020

오만 여행기


짧은 휴일 틈을 내어 오만을 여행했다. 신드바드의 고향이라고 알려진 것 외에 사실 나는 별 기대가 없었다. 그저 가까워서 선택한 여행이었다. 에미레이츠에서 차로 두 시간, 비행기로는 40분도 채 안 되는 이웃 나라 오만은 신기하게도 정말 이국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만에 대해서 전혀 검색하고 오지 않아서 모든 일정은 예상할 수 없게 흘러갔다. 급하게 운전기사님을 구하고 그의 조언대로 여러 코스를 다녔다. 다음날은 일찌감치 일어나 돌고래를 보려 하는데 우리는 늦잠을 자버렸기에 어쩌다 그 시간에 연락이 닿은 보트 회사와 느지막이 투어를 나섰다.


항구에서 인상 좋은 선장을 만나고 우리는 푸르른 아라비안 바다를 누볐다. 돌고래는 볼 수 없는 시간이라 선장은 그냥 이곳저곳 다니며 여러 풍경을 보여주었다. 돌산과 푸른 바다 사이에서 보트 엔진을 끄니, 소음이 사라지고 그런 호화가 없었다.


선장은 수영복으로 갈아입더니 갑자기 푸른 바닷속으로 다이빙을 했다. 몇십 초 후 올라온 그의 손에는 튼실한 대왕 오징어 두 마리가 들려있었다. 대충 보트 위로 던지고는 또다시 깊은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다시 큰 생선 한 마리를 보트 위에 던졌다. 자기 할 일만 해서 미안했는지 뭐 필요한 거 없느냐고 묻기에, 예쁜 산호 하나 주워달라고 부탁했다.


분명 ‘예쁜’ 산호라고 말했는데 어디 대충 눈에 보이는 것을 주워왔는지, 색도 우중충한 산호 하나 던져준다. 그래도 고마운 마음에 깨질까 잘 싸서 집으로 가져왔다. 예쁘지도 않은데 바닷물 비린내도 심하길래 화장실 수돗물에 담가놓고 사실 며칠 잊어버리고 있었다.


다시 확인했을 때 나는 이렇게 새하얗고 예쁜 산호를 본 적이 없었다. 누런 이끼가 다 벗겨진 후 정말 그 산호는 우윳빛 보석처럼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아마 그 선장은 알았을 것이다. 자기 나라 바닷속 산호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하지만 삶에서 모든 이들이 어떤 것의 가치를 완벽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알 사람은 알게 될 것이고 모를 것이라면 계속 모를 것이다.


때로는 스스로 찾아낸 가치가 어떠한 지침보다 더 예리한 교훈을 준다.

작가의 이전글 내 주제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