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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 Oct 30. 2020

너만의 세계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주제가 생긴다. 연애 이야기는 기본으로 두고 조금 더 깊은 대화로 가자면 바로 정치, 종교, 그리고 역사이다. 또 이 외국 애들의 대화 방법은 한국인인 우리(동아시아)의 정서와 매우 다르다. 세상에 무식한 질문은 없다지만 이들은 또 그 말을 악용이라도 하려는 듯 쓸데없는 질문도 곧 잘하며 말을 해야 할 때와 끝내야 할 때를 가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말을 한다.


기본으로 알면 좋은 것은 상대방 국가의 중고등 의무 교육과목에 우리나라처럼 세계사를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또는 몇몇의) 청년들은 대체로 역사와 종교 같은 지루한 모양에는 관심이 없다.


그 친구는 자기 나라에 대한 애국심이 굉장히 강했다. 하지만 그 나라의 속사정은 내전에 가까우리만큼 치안이 위험하고 인종 간에 갈등이 상당한 곳이었다. 그녀는 이 받아들이기 힘든, 어두운 면에 대해서 굉장히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리고 열변을 토한다.


‘이 나라에 내 사람들이 이민을 오고부터 얼마나 열심히 일해서 강하게 성장했는데!’ ‘내 나라의 역사는 엄청나, 네가 내 나라 역사를 조금만 보더라도 그건 모두 기적이라고 말할 거야’ ‘그들이 지금 내 사람들을 오히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학대하고 있어.’ ‘내 사람들, 내 언어, 내 문화는 정말 특별해!’


세계사를 조금만 봐도 한 나라가 지금까지 현존해 있기까지 수많은 고통과 기적을 반복한다는 것을 안다. 그녀가 본인의 나라의 특별함과 고난에 대해 말하는 이 시점에도 옆 동네 예멘에서는 흙을 만지고 노는 아이들의 머리 위로 폭탄이 날아다니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어떤가. 그리고 또한 그녀는 지금 함께 대화하고 있는 상대가 지구 상 유일한 분단국이자 휴전 중인 대한민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듯하다.


종종 우리는 내가 속한 사회의 문제만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생각이 시초가 되어 우리는 정말 사회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세계사의 큰 그림 없이 자국 우선주의에 빠져있다면 대화에서 상대를 설득시키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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