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출신의 친구와 레바논의 백향목 숲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백향목에 기대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우리가 나누었던 수많은 말들은 공중에서 허무하게 사라지는 듯했고, 그저 그 순간의 진실보다 더 묵묵한 백향목의 존재만을 느꼈다.
아름다운 나라 레바논은 그 영광을 잃고 점점 쇠퇴하고 있었다. 이 나라의 자랑 백향목 또한 나라의 쇠락처럼 점점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레바논의 백향목으로 지어진 솔로몬의 성전
예수님이 결혼식에 참석하여 물을 포도주로 만든 첫 기적을 행하신 마을 까나(Qana)
그리고 은둔하며 다니셨던 마을 두로(Tyre)와 시돈(Sidon)
알파벳의 기원이 만들어진 비블로스(Byblos)
화려한 이야기를 가진 나라답게 비록 국정은 혼란스러워도 이곳 사람들은 태생부터 자신감이 넘치는 듯 보였다. 나는 작은 백향목 묘목을 사서 함께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다. 레바논 땅에서 자라 비행기로 산과 물을 건너온 이 작은 묘목은, 처음에는 뾰족한 잎에 이슬도 맺어주며 내 방을 참 성스럽게도 해주었다. 그러다 이내 허무하게 죽어버렸고 나는 어떤 노력도 하지 못했다. 수천 년을 산다는 그 영광스러운 나무를 그렇게 쉽게 보내다니 지금도 여전히 큰 후회와 충격으로 남아있다.
나는 이 작은 백향목 묘목 하나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는데, 저 울창한 숲들은 조금의 인공 비료 도움도 않고 오직 자연만이 그들을 완벽하게 키워낸다.
흙과 새, 곤충과 동물들 그리고 햇살, 눈, 비 ······. 신의 계산과 손이 닿지 않았다면 우연이라도 그처럼 완벽할 수는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