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ur Oct 26. 2020

한식


타향살이 중에 한인 식당 만나기란, 마치 보물을 찾은 것처럼 기쁜 일이다. 한국 사람으로서 빵이나 샐러드, 스테이크를 먹는 것보다는 우리나라 음식을 먹어야 비로소 피곤한 몸에 뭔가가 채워지는 느낌이랄까.


때로는 한국에서 먹던 한국 음식보다 해외 한인식당의 것이 더 맛있었던 경우도 있었다. 특별히 기억나는 곳은 모스크바 중심에 위치한 곳인데 한국인에게뿐만 아니라 이미 현지인들 사이에서 사랑받는 곳이었다.


기본으로 따뜻한 보리차를 내어주고, 음식은 우리나라 고유의 손맛에 충실했다. 덩치 큰 러시아 아저씨의 먹는 뒷모습만 봐도 그가 얼마나 음식을 즐기며 먹는지 알 수 있었다.


미국으로 긴 비행을 가서 호텔 침대에 씻지도 못하고 뻗어있다가, 기대 없이 구글 맵에서 발견한 근처 한국 치킨집도 내겐 기적이었다. 우리 호텔 위치가 굉장히 애매한 곳이었기에 전혀 기대가 없었는데, 발견하자마자 당장 배달을 시켜 받아본 한국 치킨과 치킨 무의 맛은 그날의 나를 살려주었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치킨집을 운영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구글에 평을 남겼다.


또 다른 면을 보면, 모든 나라 음식이 그렇겠지만 특히 우리나라 음식은 제대로 맛을 내기가 여간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나라의 한인 식당을 가보았지만 사실 맛에 퀄리티 면에서 음식에 만족한 적은 손에 꼽았기 때문이다.


가게 인테리어나 기본적인 면에서부터 해외의 평균 한인 식당들은 일식이나 중식과 비교해 많이 뒤처져 있음을 보았다. 우리나라 음식들도 해외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나름대로 맛의 평준화를 통해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같은 메뉴를 시켰을 경우 맛의 일관성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아쉬운 대목이다.


아무개 나라 한인거리의 한인식당에서 아쉬운 맛으로 배를 채우고 나오는 길-  외국인 소녀들이 나를 마주쳐 지나간다.  BTS 티셔츠를 입은 소녀들은 깔깔 웃으며 행복하게 스쳐 지나가지만, 나는 속으로 부디 그녀들이 이곳의 한인 거리에서 진짜 한국의 맛을 경험하고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화려한 수영장의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