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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배속 시청의 시대 (倍速視聴・ファスト映画)

이나다 토요시 '영화를 배속 시청으로 보는 사람들(映画を早送りで人たち)'

by 최씨의 N차 도쿄
dougahaisin-osusume-eyecatch.jpg 일본 OTT 16개 비교 (출처 : Lipro エンタメ)



바쁘디 바쁜 현대인들은 작품을 지긋이 감상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반면에 볼만한 영화나 드라마는 지상파/케이블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디즈니+ 등 각종 OTT와 유튜브를 통해서도 양질의 영상들이 쏟아 지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OTT라고 부르는 서비스를 일본에서는 영상송신서비스(動画配信サービス)*라고 부르고 Netflix, 아마존 프라임, U-NEXT 등 다양한 플랫폼이 경쟁중인 것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 動画配信サービス (또는 動画配信メディア)

앞에 有料 또는 定額制를 붙이기도 함


이번에 읽은 책 『映画を早送りで見る人たち』은 '영화를 빠르게 넘기면서 보는 사람들'입니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감상할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의 시청 경향을 분석합니다. 읽다보니 한국도 예외는 아닌 것 같고 좋은 일본어 표현들이 많아서 공부할 겸 정리해보았습니다.



1. 배속 시청 (倍速視聴) , 10초 넘기기 (10秒送り)

넷플릭스에서 영상 배속 기능을 도입한 것은 19년 8월이라고 합니다. 젊은 세대에서 배속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20대에서 가장 높은 54.4%의 비율로 배속 기능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결과 재생속도를 높히는 것은 주로 대사가 없는 장면이나 풍경 묘사 등 줄거리에 큰 영향이 없는 장면이라고 합니다.

* 再生速度 (재생 속도)

* 10秒送り(おくり) : 10초 넘기기

* 10秒戻り(もどり) : 10초 되감기



2. 패스트 무비 (ファスト映画)

유튜브에 영화 제목을 검색하면, 십중팔구 '줄거리' 또는 '리뷰 결말 포함'이라는 제목이 뜹니다. 이런 요약/리뷰 영상은 통칭 패스트 무비 (일본에서는 패스트 영화) 라고 불립니다. 이러한 영상들에 대한 위법성에 대한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기도 하고, 코로나 이후에 급증한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 数分から十数分の動画で映画1本を結末まで解説するチェンネルが、YOUTUBE上に多数存在する。「ファストシネマ」「あらすじ動画」などとも呼ばれる。(몇 분에서 십몇분의 영상으로 1편의 영화를 결말까지 해설하는 채널이, 유튜브상에서 다수 존재하고 있다. '패스트 시네마', '아라스지 영화' 등으로 불린다.



3. 네타바레 사이트 (ネタバレサイト)

ネタバレ는 스포일러를 의미하며, 네타바레로 유명한 사이트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만, 우리나라로 치면 나무위키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말로 考察サイト라고 한답니다. 이런 사이트에서는 줄거리, 내용뿐 아니라 결말까지도 한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4. なろう系 (나로우계) ... 뭐라고 번역해야 하지?

나로우계는 일본 라이트 노벨의 한 장르로, 현대를 사는 일반인이 다른 세계 (異世界)로 전생 또는 이동하면서 현대의 지식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우위에 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시작 시점부터 사기 상태 (スタート時点でチート状態)인 주인공은 별도로 힘을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시로는 '마법과 고교의 열등생'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들고 있는데,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이런 종류의 작품은 많은 것 같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던가 '나혼자~' 류 시리즈는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한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이는 고난의 과정을 대부분 생략됩니다.




작가는 이런 경향의 원인을 젊의 세대에서 가성비(コスパ, タイパ)를 중시하는 경향을 꼽습니다. 방대한 수의 '작품'을 '감상'하기 보다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소비의 다른 말로는 '체크', '정보수집', '섭취'의 개념입니다. 어떤 작품이 인기가 있는 이유를 확인하고 싶다거나, 화제에서 뒤쳐지고 싶지 않고 싶다는 생각으로 소비합니다.


* 話題についていくために1本でも多くの新しい作品を摂取する

(화제를 따라가기 위해서 1편이라도 새로운 작품을 섭취한다)

*「観たい」のではなく「知りたい」 ('보고 싶다'가 아닌 '알고 싶다')

* コスパ : コストパフォーマンス (코스트 + 퍼포먼스)

タイパ : タイムパフォーマンス (타임 + 퍼포먼스)


작가는 2시간 짜리 영화는 2시간의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풍경을 묘사하는 이유가 있고, 대사를 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는 이유는 작가의 의도가 있기 때문에 빨리 감거나 재생속도를 빠르게 하는 행위는 작품을 감상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말을 미리 알려고 하기 때문에 여백의 미가 없어지고, 해설을 읽기 때문에 작품을 스스로 작품을 해석하려하지 않습니다. 관객의 문해력(リテラシー)는 떨어지고 유치화됩니다. 쾌락주의에 빠져 주인공이 역경에 빠진 부분, 노력하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거나, 생략된 작품을 원합니다.


- 마무리 -


기본적으로 작가는 다양한 관점에서 현상을 분석하면서도, 일방적으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약간 '꼰대'같은 관점으로 일관합니다. 현상의 분석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저는 마냥 부정적으로 보고 싶지 않습니다.

범람하는 모든 컨텐츠 중에서 모든 부분이 양질이고 모든 부분에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에 따라 필요한 부분은 기능을 적극 활용하여 빠르게 소비하고, 시간을 들여 감상하고 싶은 작품은 볹방 사수를 하거나 정주행하는 방식으로 향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뜨끔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너무 쉬운 작품을 찾거나 너무 배속 시청을 남발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면서 작품을 감상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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