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초의 국립공원, 기리시마(霧島) 효도여행

가고시마 한달살기 #8

by 최씨의 N차 도쿄

가고시마 한달살기 4주차, 부모님이 겸사겸사 놀러오시기로 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하면 꼭 한번은 싸우고, 왠지 쉬는날 일하는것 같은 느낌도 들긴 하지만 가고시마의 1월은 따뜻하고 활동하기 좋기도 해서 한번쯤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여러 명이 가야 볼수 있는 것도 있어서 효도(?)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저녁에 가고시마공항에 도착한 부모님과 렌터카를 타고 첫번째로 향한 곳은 기리시마(霧島) 입니다. 정확히는 '기리시마 긴코만 국립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일본에서 1934년 처음으로 지정된 국립공원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에도 말기의 슈퍼스타 사카모토 료마가 신혼여행을 다녀온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그렇게 첫번째 숙소 기리시마국제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저녁 부페로 향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온천 호텔은 석식으로 가이세키가 흔했던 것 같은데, 부페 석식은 처음 경험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내 정말 성공적인 선택이었다고 느꼈습니다. 맛있고 보기에 예쁘긴하지만 감질맛나는 가이세키보다는 한국인에게는 와구와구 퍼다 먹을 수 있는 뷔페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도 정말 만족해하셨던, 강렬했던 첫 식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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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음식을 쌓아놓고 먹는 것을 처음 봤습니다. 역시나 맛있는 것은 많이 먹더군요. 사람들이 나오는 족족 집어가는데도 끊임없이 제공되는 양질의 킹크랩의 향연. 그 뿐만아니라 자리를 안내받고 종업원이 하셨던 말이 "그릇은 요리 밑에 있습니다."라는 말을 하길래 당연한 말을 왜하지? 잠시 생각했지만, 요리의 종류와 성격별로 그릇을 모두 다르게 준비했다는 말이었습니다. 고기, 야채, 과일과 국까지 종류와 성격별로 준비한 예쁜 그릇에는 엄청난 정성이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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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퀄 음식 뿐만 아니라 예쁜 식기라는 의외의 포인트에서 감동을 느낀 우리 가족은, 연신 이정도 한국에서 먹으려면 인당 17만원은 줘야한다며 극적인 대통합을 이루었습니다. 까다로운 부모님과 고집불통인 제가 이렇게 의견 일치를 이루기는 쉽지 않습니다. 쿠로부타찜, 해산물은 말할 것도 없고, 스테이크, 텐푸라, 오뎅, 톤지루 등등. 너무 일본을 떠받드는 것 같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정말 고퀄리티였습니다. 정말 한국에서 이정도 먹으려면 어느 정도 줘야할까, 한국에서 제대로된 뷔페를 못가본것인가, 잠시 고민했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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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시마 조식

또 만족스러웠던 조식으로 잠시 넘어가자면 정말 만족스러웠던 점은 가고시마현에서 유명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게 준비해놓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케이한(鶏飯)이라는 아마미(奄美) 섬의 닭고기 국밥 (?)과 비슷한 음식을 부모님께 소개시켜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가고시마에 몇 주간 살고 있는 저는 음식점에서 케이한을 먹은 적이 있지만, 아무래도 짧은 여행 중에 케이한을 먹기는 좀 애매합니다. 계란과 닭고기, 버섯, 단무지를 밥위에 올려놓고 국물을 부어먹는 요리인데 슴슴하니 먹기 편한 맛입니다. 여러 종류의 사쓰마야키도 있어서 다양하게 맛볼수 있었습니다.


다시 어제 저녁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오니 폭신한 이부자리가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사실 외출한 사이에 직원이 객실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한국 정서에 맞지는 않는 것 같지만, 일본 료칸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기리시마국제호텔' 살짝 올드한 이름에 비해 깔끔하고 세련된 객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방문한 온천도 넓직하니 좋았습니다. 일반탕도 종류가 여러가지가 있었고 노천탕도 있었는데, 그냥 바람 들어오는 탕이 아니라 예쁘고 분위기 있게 꾸며놔서 더욱 운치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입구 쪽에 서비스 아이스크림을 배치해놓고, 우유 자판기에서 커피우유 뽑아 휴게실 소파에 앉아서 먹으니 극락이었습니다. 온천 바로 앞에 이런 요소들을 배치해놓은 사소한 포인트가 만족감을 배가 시켜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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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호텔을 떠나기전에 1층에서 기념품 가게를 들렸는데, 상당히 종류가 많아서 놀랐습니다. 가고시마는 흑돼지 (쿠로부타) 뿐 아니라 다양한 검은색 음식이 유명한데, 쿠로스(黒酢), 흑된장, 흑설탕 등 기념품과 함께 다양한 지역의 주류 및 특산물 등 호텔에 하루 있었지만 가고시마 풀코스를 경험한 것 같은 만족감을 받았습니다.



부모님과 함께한 기시시마 여행은 돌이켜보면 기리시마국제호텔에 대한 인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리시마국립공원 자체의 임팩트가 크지 않았던 이유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도 좋은 국립공원이 많이 있고, 산과 나무, 호수와 폭포 등의 풍경이 우리네 국립공원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군데를 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다니다보니 크게 다르지 않은 광경을 보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 어려운 점도 있었습니다.


어쨋든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기리시마 예술의 숲 (霧島アートの森) 입니다.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는데 시설 내부에도 볼만한 작품들이 많았고 외부에 조성되어 있는 숲에 예술품들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자연 경관과 어우러지게 배치한 작품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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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로 향한 목적지는 오나미노이케(大浪池園地) 입니다. 사실 구글에서는 휴게소로 되어 있어서 어떤 시설이 마련되어 있는줄 알았으나, 그렇진 않고 생각보다 빡센 등산길에 올랐습니다. 구불구불한 길을 편도 40~50분 정도 오르니 푸른 호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등산을 제대로 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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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시마국립공원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다보니 확실히 렌터카가 필수적이라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예술의 숲과 호수 등 포인트들을 돌아다니려다보니 30분 이상 운전이 필수였습니다. 차도가 폭이 좀 좁은데, 왼쪽으로 딱 바퀴하나 빠질법한 배수대가 있었습니다. 중앙선을 피하고자 왼쪽으로 붙다보니 조수석에 앉은 아빠는 왼쪽 배수대에 빠질것 같아서 비명을 몇차례 지르시긴 했지만, 일본은 기본적으로 안전 운전을 하기 때문에 운전하기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운전 때문에 사진을 많이 찍기못했지만 전체적으로 웅장한 자연이 아름다웠습니다. 길 위를 덮은 나무의 터널과 멀리보이는 높디높은 나무 등 국립공원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서 유황 수증기가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특히 어느 포인트에서는 유황이 뿜어져나와 주변 숲이 하얗게 타버린 (?) 기이한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나무들이 살아있는지, 유황은 오히려 나무에게 좋은 것인지 눈을 의심했습니다. 아무래도 꽃피는 봄이나, 가을의 단풍을 보러 오면 예술일 듯 하지만, 1월 겨울에 이렇게 활동적으로 다닐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축복인 것 같습니다.



기리시마 여행중 마지막으로 방문한 장소는 기리시마신궁(霧島神宮) 입니다. 기리시마국립공원에서 가고시마시로 내려가는 경로 중에 방문하기 딱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테라쿠니신사와 함께 가고시마현에서 하츠모우데로 유명한 신사이자, 아마테라스의 손자인 '니니기 미코토'가 천손강림으로 전통있는 신사이기도 합니다. 신사 자체는 크지는 않지만 주위의 자연이 주는 분위기가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오전 여행으로 조금 피곤하셨던 부모님에게는 큰 감흥이 없었던 듯 싶지만, 개인적으로는 신사로 들어가는 길, 신사 앞에 위치한 800년된 삼나무와 신사 뒤에 보이는 숲까지 자연과 조화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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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고시마시로 돌아오니 오후 4시 정도로 숙소에서 온천을 하고 식사를 가기에 좋은 일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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