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 한달살기 #7
퇴근 후에 꼭 한번씩 들리는 가고시마중앙역 AMU PLAZA에는 MITTE10이라는 IMAX 영화관이 있습니다. 가고시마에 있는 동안 꼭 한번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못보고 온 '아바타'나 '주토피아2'를 볼까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일본 영화를 보고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미뤄왔습니다. 그러다가 영화 '국보'가 무려 IMAX로 1월 16일에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일본에서 첫 영화로 너무 좋은 선택일것 같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영화관, 상영 중인 영화가 입구에 멋지구리하게 걸려 있었습니다. 확실히 애니메이션 영화의 비중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진격의 거인' 재개봉도 있고, 체인소맨의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룩백'과 '후지모토 타츠키 17-26'도 걸려있습니다. '코드기어스'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도 있는데, 역시나 유명한 애니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룩백'과 '후지모토 타츠키전'은 이미 봤는데, 특히 '룩백'은 무려 고로에다 히로카즈의 실사 영화가 올해 개봉된다고 하니 너무 기대가 됩니다. 안그래도 창의적인 원작에서, 추가적인 변형이 있을지가 너무 궁금합니다.
2,100엔의 영화 티켓을 뽑고 영화관에 입장하니 특전도 있었습니다. 빨간색으로 멋지구리한 엽서에는 무려 "특대히트" 감사 인사 선물이라고 쓰여있습니다. '히트'도 아니고 '대히트'도 아니고, '특+대+히트'라니 일본에서 1,200만명을 동원한 '국보'의 성공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참가한 영화 모임에서 다회차 관람을 한 분들이 많았는데, 국보는 확실히 다회차 관람을 했을때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정말 많습니다. 시선 처리, 장면, 구도 등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가 의도된 장면으로 느껴져 소름이 돋았습니다.
절친 슌스케와 첫사랑 하루에의 도망에 대하여
줄곧 기쿠오를 사랑해왔던 하루에는 왜 갑자기 슌스케와 눈이 맞아 도주했는가. 처음 봤을 때에는 이해가 안됐지만, 두번째 관람 했을때 비로소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루에는 기쿠오에게 평생을 바칠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기쿠오는 항상 닿지않는 곳에 있었습니다. 슌스케도 항상 괜찮은 척을 했지만,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쿠오의 신들린 연기를 보면서 큰 좌절감을 느낍니다. 그들의 동변상련의 마음은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이미 오래된 감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기쿠오의 신들린 연기와 동시에 일어나는 사랑의 도주는 다시봐도 충격적인 명장면인 것 같습니다.
인생에 한번쯤 느껴보고 싶은 '어떤 경지'에 관하여
어린 기쿠오가 만기쿠의 첫 공연을 봤을때 마주한 광경은 빛이 터지는 연출로 표현되었는데, 이 장면을 다시보니 영화 'F1'에서 쏘니의 마지막 질주에서 무중력의 경지에 이르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저 같은 범인에게도 '어떤 경지'에 오르는 느낌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주는 연출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 기분을 스스로 죽기전에 느낄 수 있을런지... 노력은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기쿠오와 슌스케 둘다 원했던 상황은 아닌데..
다시 보니, 다시 봐도, 기쿠오와 슌스케는 정말 순수하게 예술(芸)를 사랑할 뿐이었습니다. 엎치락 뒷치락하는 와중에도 서로를 순수하게 응원해왔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 2대 만지로의 대역을 슌스케가 할 것으로 예상했을때 순수하게 응원하던 기쿠오의 모습이나, 기쿠오가 내쳐지고 떠나게 되었을때 슌스케가 '다시 돌아올거야'라고 하는 대사를 보면 기쿠오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이 모든게 모두 통과의례라는 것을 이해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국엔 '피'와 '가문'이 중요한게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도달한 예술의 경지도 영화에서는 아름답게만 표현된 것이 아닌것 같습니다. 예전 어느 유명 바이올리니스트가 길거리 공연을 했을때 행인들의 무관심 속에 32달러를 받는데 그쳤던 일화와 같이, 가부키도 결국 비슷하게 묘사된 것입니다. 3대 한지로에 등극한 기쿠오도, 극단에서 공연할 수 있을때는 유명세를 타고 인정받지만, 내쳐졌을 때에는 아무리 공연을 해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습니다. 예술하는 사람과 능력은 같은데,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극도로 보수적인 예술로 표현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외에도 2대 한지로가 마지막 죽는 순간에 슌스케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에서 기쿠오가 좌절하는 장면이라던가, 본처(本妻)가 아닌 첩을 일본어로 2호상(2号さん), 3호상(3号さん)으로 표현되는 게 너무 잔인한 한것 같다는 생각 등등 온갖 잡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 블록버스터도 아닌 이 영화를 IMAX로 한 이유가 있을까 의아하기도 했지만, 정말 가부키 공연을 관람하는 느낌과 함께 박수 소리가 퍼질 때에는 주위에서 박수를 치는 것 같아서 공연장에 와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본에 있을때 실제 가부키 공연을 꼭 한번은 봐야겠다는 버켓리스트를 추가해봅니다.
그렇게 나오다가 개봉예정작인 영화 목록을 보았습니다. '에반게리온', '은혼', '코난' 등등 제가 보는 애니는 아니지만, 한번 시작해봐야하나 한세월 걸릴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1월 30일에는 히가시노 케이고의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 애니메이션 영화화 되니 이것도 봐야하고, 또 우리의 동방신기 형님들의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라고 하니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했습니다. 일본에서 정말 롱런하는 것 같아서 너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