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몬칸(天文間) 수상한 맛집&빵집&카페 구루메

가고시마 한달살기 #6

by 최씨의 N차 도쿄

가고시마에서 생활한지 어언 3주차, 생활도 많이 적응되고 어엿한 가고시마 (시내 한정) 전문가가 된 것 같습니다. 휴일을 이용해 센간엔과 사쿠라지마 등등 대표적인 관광지도 다녀왔고, 덴몬칸에서 회식도 하고 혼자서 맛집도 참 많이 다녔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던 와중에, 평소 궁금했지만 시간을 내서 가기는 힘들었던 수상한 장소들을 평일에 연차를 낸김에 몰아서 방문해보았습니다.



오전 10시 40분, おもちの味覚屋 (오모치노 미가쿠야)


매일 새벽 6시, 어두운 출근 길을 나설때마다 불을 밝히고 분주히 장사하는 가게가 있습니다. 오후 2시면 닫아버리기 때문에 퇴근하면 방문할 수도 없고, 출근할 때마다 가보고는 싶었지만 아침에 입맛도 없고 서두르느라 그냥 지나치곤 합니다. 그렇게 드디어 맛본 200엔 짜리 야키모치. 찐덕한 떡과 함께 당고 소스가 살짝 타서 달고 짠 맛이 한층 강한 느낌이었습니다. 아침에 먹기엔 좀 부담스러울 듯한데 현지 사람들은 아침부터 잘도 사먹더군요. 하나를 겨우 다 먹어보고 궁금증을 해소했습니다.




오전 10시 50분에 방문한 수상한 빵집. Backerei danken Chuo


야키모치 떡으면서 길을 건너서 다음 목적지인 어느 베이커리를 방문했습니다. 가고시마의 빵집과 카페는 왜 이리 빨리 닫는건지 여기도 오후 여섯시면 닫아버리기 때문에 평일에는 좀처럼 방문하기 어렵습니다. 주말에는 항상 어디론가 떠났기에 방문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렇게 평일 점심 가까운 시간에 도착하니, 갓 구운 신선한 빵들로 가득찬 기분 좋은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소금빵, 소세지빵, 크로와상 등 여러가지 빵을 사먹어보니 자극적이지 않고, 보이는 대로의 맛에 충실한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질릴 수가 없는 기본에 충실한 맛이라 주민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베이커리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오전 11시 25분에 방문한 세번째 수상한 장소. 가고시마시 유신후루사토관


빵을 우적우적 먹으면서 고려교를 건너 덴몬칸 초입에 위치한 어느 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무려 유신의 고향(후루사토)이라는 엄청난 명칭에서 메이지 유신에 대한 지역의 자부심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가보지 않아도 찬란했던 메이지 유신의 자부심으로 가득찬 장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발이 쉽게 떼지진 않았습니다. 구글 리뷰에는 역사를 잘 알아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거란 코멘트가 있었는데, 도착하자마자 그 이유를 바로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줄글로 가득찬 박물관은 처음 봤습니다. 시각적으로 볼만한 내용은 거의 없고, 설명이 가득한 널판지만 가득했습니다. 그걸 다 읽어볼거면 차라리 책을 읽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후 12시 16분, 가보고 싶었던 카페 라임라이트 (ライムライト)


다음으로 향한 장소는 덴몬칸 중심부에 위치한 카페입니다. 입구에서부터 뿜는 느좋 아우라가 엄청나서, 계속 가보고 싶었던 장소입니다. 바 테이블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는 카페인데, 카페의 역사가 느껴지는 찻장에 예쁜 컵들로 가득차 있어서 엔티크한 분위기로 물씬 넘쳤습니다. 바테이블에는 주민들이 신문을 읽고 책을 보는 모습이 정말 쉬는 시간을 갖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커피도 맛있었고, 쇼트 케이크은 제가 지금까지 먹어본 딸기 생크림 케이크 중에 단연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오래 앉아있고 싶었지만 기본적으로 흡연 가능 장소이기 때문에, 담배 쩐내 이슈로 금방 나올 수밖에 없었던 점이 아쉽습니다. 다시 방문을 어려울 것 같아서 아쉬운 맛집입니다.




오후 1시, 드디어 방문한 카루칸의 원조 明石屋 本店 (아카시야 본점)


다음으로는 꼭 가보고 싶었던 카루칸의 원조, 아카시야 본점에 방문했습니다. 왜 가보고 싶었냐면 가고시마를 배경으로하는 고로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기적'에 중요한 소재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카루칸은 극중 할아버지에게는 너무나 좋아하는 추억의 간식이지만, 어린 주인공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떻게 보면 거부하고 싶은 가고시마 그 자체와 결부되어있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나온 구도와 비슷하게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고급스럽게 진열된 과자, 사이드에는 별도 배송 주문을 접수하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고, 멀끔하게 회사원이 쇼핑백을 받아 나가는 모습을 보니 고급 전통 과자임이 틀림없었습니다. 저도 기본 카루칸과 함께 직원의 추천을 받아서 몇 가지 종류를 사보았습니다. 흰색의 기본적인 카루칸은 첫입은 우리 나라 백설기 같이 반가운 맛이었는데, 씹을때마다 부담스러운 단맛이 계속 올라와서 다 먹고나서는 속이 니글니글 좋지 않았습니다. 카루칸은 가고시마중앙역 등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간식이지만 꼭 아카시야 본점에서 사먹겠다는 버켓 리스트를 해소했습니다.




오후 1시 37분, 궁금했던 토마토라멘 맛집에 도착하다. $nooup®︎ 天文館店 (스누프 덴몬칸점)


덴몬칸 큰 거리에 중심부에 위치한 복합시설 센테라스 1층에는 스누프라는 토마토라멘 맛집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라멘'이라고 하면 머리띠 두른 남자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이랏샤이마세~를 외치는 장면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가게는 모든 것이 반전입니다. 라멘을 만드는 사람들을 포함해 직원분들도 모든 여성분들이었고 밝고 깔끔하고 청결한 분위기였습니다. 라멘의 맛은 이 가게의 슬로건인 "10分で世界が変わる" (10분만에 세상이 바뀐다) 라는 뜻이 금방 이해가 될 만큼 새로운 개념을 던져주는 맛이었습니다. 치즈가 듬뿍 올려진 라멘을 먹으연 토마토 스파게티 같기도 하고, 구운닭과 같이 먹으면 치킨 그라탕 같기도 한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닭 베이스의 라멘 국물도 시원하고 맛있었고, 아삭한 열무도 별미였습니다. 일본에서 열무를 먹어본게 언제적인지. 아마 관광객이라면 가고시마의 명물 쿠로부타(흑돼지) 베이스의 돈코츠라멘을 먹는게 일반적이겠지만, 조금 오래 체류한다면 꼭 먹어볼만한 메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후 여섯시까지 기다려서 방문할 수 있었던 치킨난반 맛집 気安 (키야스)


점심 장사를 1시까지밖에 안하고, 저녁 장사를 6시부터 7시반까지 딱 1시간반만 하는 치킨난반 맛집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용무를 마치고도 여섯시까지 기다렸다 방문할 수 있었던 키야스, 활기찬 남자 직원과 어머니로 보이는 사장님께서 운영하는 맛집입니다. 내부가 크지는 않지만 오후 6시가 되니 한두 테이블씩 차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부엌에는 식기로 가득한 가정집의 느낌이 나고 오래된 맛집 같습니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주문 즉시 바로 튀겨서 정갈하게 내놓은 가라아게에 에그마요에 가까운 타르타르 소스를 푸짐하게 얹은 어마무시한 그릇이 나옵니다. 예전에는 마냥 좋아했을 맛이지만, 30대 중반에 먹는 치킨난반은 속이 조금 부담스럽긴 합니다. 그래도 정말 맛있게 먹은 한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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