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영화관] 염상(炎上), 모리 나나 무대인사 후기

도쿄 영화관 3편. 또 다시 '테아토르 신주쿠'를 방문하다

by 최씨의 N차 도쿄

< 도쿄의 미니시어터에서 재미난 일본 영화를 보러다니는 도쿄 영화관 3편 >


○ 본 영화 : 염상 (炎上)

○ 영화관 : 테아토르 신주쿠 (テアトル新宿)

○ 내용 : 카부키쵸로 내몰린 청소년들의 광기 가득한 이야기

○ 무대 인사 : 주연 모리 나나, 감독 나가히사 마코토, 이치노세 와타루



4월 10일, 영화 <염상(炎上)> 개봉일을 맞아 신주쿠 테아토르에서 열린 무대인사에 다녀왔다. 신쿠쿠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영화 <도쿄도피행> 2회차 관람까지 포함하면 최근 한 달새 세 번이나 방문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염상>과 <도쿄 도피행> 모두 사회적 이슈로 거론되는 가부키초 '토요코 키즈' 문제를 다루고 있다 보니 무대인사 장소로 신주쿠가 낙점된 것이다.


이번 영화는 배우 모리 나나의 첫 단독 주연작이다. 영화 <국보>도 IMAX까지 2회차 관람을 했고, 드라마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을 세 번이나 정주행할 정도로 너무 좋아하는 배우이기에 어렵게 무대인사 티켓도 어렵게 구했다. 그러나 하지만 영화 자체는 충격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쌓아온 모리 나나의 필모그래피에서 첫 단독 주연작으로는 좀 괴리감이 있어 보인다.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아쉬웠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무대인사에서 모리 나나는 촬영이 시작될때까지도 단독 주연인지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영화인 줄로 정말 알았을까. 감독이나 배우들도 무겁다는 표현을 많이 썼다. 모리 나나는 특히 '마비감 (麻痺感)'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있다고 해서 이 영화의 내용이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부서진 (割れた) 기분이 들어도 괜찮으니 영화가 주는 감각을 그대로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무대인사 내내 모리 나나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발언할 때를 제외하고는 어딘지 굳어있는, 시크한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잦았다. 원래 성격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배역의 여운이 남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촬영 중에도 혼자 밥을 먹는 등 무척 예민하게 감정을 유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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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용에 대해 말하자면 암울과 밑바닥 그 자체였다. 보고 있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던 자매는 아버지가 죽기를 10년간 기도했지만, 아버지가 죽고 나니 돌연, 어머니가 학대를 시작한다. 결국 동생을 버려두고 도망쳐 가부키초로 흘러든 주인공은 돈을 벌기위해 매춘에 빠지게 되나 결국 돈을 잃고 살인과 방화로 이어진다. 주위에 있는 친구는 임신 중절에 자살까지 나온다. 희망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인간 내면의 모순이나 희망, 입체적인 케릭터, 생각의 여지를 주기보다는 끝내 불쾌하고 무거운 감정만 남긴 채 마무리된다. 아무리 봐도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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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한켠에는 주인공들의 의상을 전시해 놓은 공간, 사진이나 포스터가 꾸며진 공간이 있었다. 신주쿠 테아토르는 이런 준비를 참 잘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 <도쿄도피행>과의 비교, 그리고 현실의 가부키초


브런치 연재 중인 [도쿄 영화관]의 제1편에서 다뤘던 영화 <도쿄도피행>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출 청소년이 SNS를 통해 현실 세계에서 만나는 장면이나, 딸기 우유에 시판 감기약을 넣어 환각제 처럼 남용하는 장면은 거의 비슷하게 묘사되기도 했다. 다만,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환경이 얼마나 비위생적이고 처참한지를 날것 그대로, 지저분하게 묘사한 쪽은 <염상>이 더 강했던 것 같다. 영화 자체로는 <도쿄도피행>의 압승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끝난 후, 작품의 실제 배경인 가부키초를 걸어보았다. 신주쿠 테아토르에서 신주쿠 가부키초 까지는 도보로 10분 정도로 아주 가깝다.

돈키호테 가부키쵸점이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횡단보도 밑단에 맞춰서 한번 기울여 찍어보았다. 정말 화려하다못해 눈이 부실 정도 번쩍거리는 네온 사인들의 향연이다. 번쩍거리는 원색의 빨간색, 노란색은 약간 현실감이 없이 게임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의 주 무대가 되었던 '시네시티 광장'도 찾았는데, 현재는 출입이 매우 엄격하게 통제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광장 주변으로는 "어린 학생들이 어려움에 처한 모습을 발견하면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고, 형광 재킷을 입고 순찰을 도는 경찰관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영화 속에서는 이곳에 쓰레기가 나뒹굴고 가출 청소년들이 매트리스를 깐 채 널브러져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이다. 주변 안내판에는 "바닥에 눕지 말 것", "쓰레기를 어지럽히지 말 것" 등의 강력한 경고문이 붙어 있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예상할 수 있다시피 이런 엄격한 통제로 문제가 없어질리 만무하다. 가출 청소년 문제는 가정 폭력 및 소외와 같은 사회적 문제와 연결이 되는데, 이런 강력한 통제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된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가출 청소년들은 다른 장소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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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도 나오는 무료안내소이다. 이런 유흥가를 거리를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이 배회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너무 위험하게 느껴진다.


가부키초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인 가부키초 입구이다. 빨간색으로 껌뻑이는 게 유흥가 느낌이 물씬나고, 전국시대 사무라이 투구 같은 느낌도 드는게 위압감이 느껴지는 분위기이다.


공식적인 이름은 <이치반가이 아치> 이다. 사람이 양손을 위로 올려 "환영합니다" 라고 고객을 맞이하는 모습과, 양손을 아래로 내리면서 "감사합니다" 라고 하는 모습을 겹친 것이라고 한다. 음 그런데 여기에 들어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친근해 보이는 형상은 아니다.




여기서 끝내기는 아쉬워 좀 더 이어가본다. 사실 <도쿄도피행>을 한번 시청하고, 주연들이 무대인사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냅다 2회차 관람을 했다. <도쿄도피행>이 훨씬 내용적으로 이야기할게 많다. 2번째 봤을때 다양한 주인공들의 감정을 느낄수 있어서 좋았다.


그곳에서는 극 중 토요코 키즈를 연기했던 테라모토 리오와 이케다 아카나를 볼 수 있었는데, 두 배우 모두 2001년생(24세) 동갑내기였다. 두 배우 모두 영화 내에서도, 실제로도 정말 매력적인 배우였다. 테라모토 리오는 정말 여배우 느낌이고, 이케다 아카나는 아이돌스런 느낌이나는 상반된 매력을 갖고 있다. 테라모토 리오가 예뻐서 인터넷에 찾아봤는데 바로 그라비아 아이돌 시절 사진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테라모토 리오는 이 영화에서 특별히 신경쓴 점에 대해서 신주쿠 가부키초라는 지역에 처음 발을 들일 때의 긴장감을 살리고 싶어서 촬영 전까지 신주쿠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또 가부키초를 벗어나기 위해 도망치는 장면을 위해서는 매일 조깅을 하면서 체력을 길렀다고 했다. 스스로도 건강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것 같다.

시종 MZ력을 뽑냈던 이케다 아카나는 아무래도 감기약 남용 상태 (환각 상태)에 빠져 무너져있는 모습을 연기할 때에 그 기분을 알수없는 상태에서 연기를 하기 위해 고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고심 덕분에 영화에서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잘 표현된 것 같다. 감독은 단편을 이 영화관에서 상영을 했고 투자자에게 장편 제의를 받게 되었다고 했다. <도쿄도피행>이라는 영화에 있어서 <테아토르 신주쿠>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기도 했다. 감독 또한 그 점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이날은 끝나고 배우들과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두 배우 모두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매력이적이다. 그럼 이만.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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