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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현 Feb 01. 2019

아베의 일본, 동행은 불가능하다

아베의 일본, 동행은 불가능하다(1)

2006년 9월의 '아베 신조'


 2006년 9월 26일, 아베 신조 일본총리 1기 내각이 공식 출범했다. 일본 우익의 총아로 충실히 커리어를 쌓아 전후 세대로서는 최초로 총리지위에 오른 젊음 정치인 아베 신조는 당시 한일 양국 언론의 뜨거운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다. 수많은 학자, 정치인, 사계 전문가들은 그에 대한 평가와 행보를 전망한 사설과 칼럼을 쏟아냈고 그의 성장과정, 정치적 배경, 인간적 성향 등 다양한 주제와 쟁점이 언론에서 다루어졌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한국과 일본, 특히 한국이 던진 물음표는 한 가지 주제로 집중됐다. 과연 이 인물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총리 이후 최악으로 경색된 한일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사진출처: 한겨레신문('15.12.30.)

 사실 당시에도 아베 총리에 대한 평가는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경한 대외관을 가지고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꿈꾸는 헌법개정론자, 국수적 역사인식을 가진 준비된 보수 인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이에 아베 정권의 우파적 성향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와 같은 인사는 '고이즈미 전 총리가 현실적·경제적 우파라면 아베는 이념적·군사적 우파' 라고 밝히며 그가 걸어갈 외교안보 차원의 행보를 요주의해야 함을 시사한 바 있다.

사진출처: 서울경제신문('18.1.15.)


 그러나 이렇듯 주지된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웃나라의 새로운 지도자를 맞이하는 한국 언론은 묘한 기대감에 차 있었다. '아베 체제 출범은 한일 관계 개선의 기회', '한일 관계 해빙 무드' 등 희망적인 기사가 심심찮게 이어졌다. 그의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에 나타난 한국에 대한 우호적 메시지, 정중하고 신사적으로 소문난 성품, 취임 이후 재빨리 한국방문 의사를 타진했던 외교적 행보 덕분이었다.


 당시로서는 파국적이었던 전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망동들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와 독도 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등- 에 대한 반사효과도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고이즈미 보다는 낫겠지' 하는 막연한 바람. 국민들이 그러한 기대를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래서 였을까. 우리 정부도 아베 총리 취임 이후 2주만에 이루어진 한일정상회담(2006.10.8.)간 역사문제에 대한 민감한 논의는 피하는 듯 보였다. 외려 정상회담 이후 곧바로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일제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반성한 무라야마·고노 담화를 계승한다고 밝혔다' 고 발표해 한·일 관계 해빙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키는 것 처럼도 비춰졌다.


그러나 오늘

 지난날의 우리는 아베 신조를 얼마나 몰랐던 것일까? 2006년 잠시나마 꿈꿨던 장밋빛 한일관계는 간데 없다. 특히, 아베 총리가 2012년 2기 내각으로 화려하게 정계에 복귀한 이후에는 '최악에 또 다른 최악을 더한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만큼 어려운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도무지 겪어본 적이 없어 무어라 표현하기도 궁색할 정도. 그는 한국에 있어 1945년 광복 이후 최악의 파트너다. 지금 이 시점에도 강제징용 배상문제와 해군 초계기 갈등이 또 다른 시비의 싹을 틔우며 심화되고 있지 않은가. 아베 총리가 이런 스탠스를 유지하는 한 한·일양자가 만족할만한 해결이 이루어질 가능성 역시 소원하다.



2019년 아베의 첫 시정연설..그리고


 본문을 통해 특히 언급하고 싶은 것은 얼마 전 일본 국회 시정연설('19.1.28.)에서 나온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아베 총리가 가진 파국적 역사인식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주변국들을 자극할 수 있는 민감한 말들을 애매하고 대상이 불분명한 표현과 인용으로 칠하는 교묘한 에두름. 하지만 이런 발언들 또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철저히 계되었을 것임이분명하다.


일본 민족정신(大和魂)의 기개는 어려울때 나타난다.

*しきしまの 大和心のをゝしさは ことある時ぞ あらはれにける).


  '야마토 타마시이(大和魂)'. 마침내 일본 총리가 공식석상에서 '야마토 타마시이(大和魂)' 를 언급했다. 그것도 메이지 일왕의 시구 -일본의 민족정신(大和魂)의 기개는 어려울때 나타난다- 와 동시에 인용했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실상, '야마토 타마시이(大和魂)'는 '일본정신'이라고 표현할 만큼 단순한 뜻을 내포하지 않는 단어다. 그것은 대동아 공영론의 실질적 창시자 '요시다 쇼인'과 '니토베 이나조' 등 군국·식민주의 사상가들에 의해 열렬히 주창된 일종의 '선동구'로 다분히 파시즘적 성향을 띄고 있다. 메이지 일왕의 시(和歌) 역시 마찬가지다. 메이지 일왕은 일제 동아시아 침략전쟁의 기저(基底)라 볼 수 있는 상징적 인물이다. 메이지 일왕의 이 시구는 러일 전쟁에서 일본군 병사들의 전의(戰意)를 고양하는데 사용됐을 만큼 자극적인 부분이 있다.


 이어서는 이렇게 말했다.

메이지, 쇼와, 헤이세이 시대를 거치며 일본인은 수많은 곤란에 직면해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대단한 저력을 발휘해 서로 돕고 힘을 합치며 (곤란을) 극복해 왔다.

*明治、大正、昭和、平成。日本人は幾度となく大きな困難に直面した。しかし、そのたびに、大きな底力を発揮し、人々が助け合い、力を合わせることで乗り越えてきました。)


 다른 언론에서도 언급한 바지만 메이지, 쇼와 시대를 언급하면서 자신들이 저질러 온 과거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단지 '곤란'에 직면했다고만 했는데 이것을 주변국에 대한 사과 제스쳐를 포괄하는 단어로 볼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문장은 분명 1인칭이다. 결국 '우리 일본이' 힘들었다는 이야기 외에는 아무뜻도 찾을 수 없다.


 그 다음 문제가 됐던 부분은 언론에서도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 패싱'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아베 총리의 '한국 패싱'은 정치적 의도임에 동시에 그의 개인적 아시아관이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실질적으로 아베의 정치철학이 담겨있다고 평가되는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 에서도 이미 한국은 '패싱된' 국가 중의 하나였다. 저서에서 아베 총리가 강조한 국가는 미국, 중국, 인도, 호주 등이었다. 이를 분석한 <월간조선>의 정순태 기자는 '(저서에) 포함된 총 99개의 소제목 중 「한국」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것은 하나도 없다. (중략) 본몬 중에서도 그는 한국을 중국의 종속적 위치로 설정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그의 아시아관에 대해서는 다음편에 조금 더 집중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다.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베 총리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 사실 잘 알려고 하지 않는 경향도 많다.  어쩔수 없는 일이다. 아베 총리의 성장과정을 조사하고 정치적 배경을 분석하는 등의 일은 전문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아베 총리의 실상을 우리 모두가 조금씩 알아가야만 된다고 감히 단한.


 그 이유는 2022년 이후 아베 총리가 차기 집권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가 일본 우익세력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최선두에 서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기인한다. 특히 아베 총리는 일본 역대 총리 중 가장 오랜기간을 집권하며 풍부한 정치적 배경과 인맥을 쌓았다. 더욱이 그는 아직 젊다(1954년생). 경험적으로도 연령으로도 크게 부족할 것이 없는, 그야말로 보수의 총아(寵兒)다. 앞으로도 한국은 많은 부분에서 그와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가 절대 변할 수 없는 사상적 배경과 가문적 이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를 뒷받침한다. 사실 아베 총리의 개인사적 이력에 대해서는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들도 꽤 많다. 아베 총리의 외조부가 A급 전범 용의자이자 군국주의자인 기시 노부스케라는 점, 이에 아베 총리 또한 외할아버지를 통해 전수받은 사상적 근거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다만 디테일한 이해를 위해 그 밖의 요소들, 이를 테면 어떤 부분이 외조부와 닮았으며 그들이 어떤 사고(思考)를 공유했을지를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이 역시 다음 편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아배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앞으로 10년. 우리는 그 사상의 견고함과 싸워나갈 준비를 해야한다. 때로는 정치적 순풍이 불어 해빙무드가 이루어지긴 하겠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대처하되 보다 근본적인 표면에서 상대를 인지하고 공방을 준비해나가야 한다. 고이즈미 전 총리만큼 최악은 없을 것이라 방심했던 2006년, 최악의 최악을 더하는 지금을 동시에 바라보도록 하자. 아베의 일본. 한동안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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