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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현 Jun 26. 2018

뚝배기

뚝배기


식사가 마쳐졌지만

뚝배기는 아직 뜨끈했다.

육수도 잘박하게 남았고 건더기도 심심찮다.


또, 또, 먹어야 사는 나라는 사람은

 있을 새로운 한끼를 위해

그를 냉장고로 안치시켰다.


뚝배기,

이제 그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어서

천천히 식어갈 뿐이다.

사방이 냉기로 가득찬 이 공간은

단 1초도 쉬지않고 그의 온기를 닦아 훔쳐낸다.


하지만 그럼에도

품안에 뜨끈한 열이, 따뜻함이

아직, 또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조금은 잔혹한 일이다.


그의 체온은,

마치 에베레스트에서 쓸쓸히 죽어가며

세르파의 구조를 기다리는

그런 산악인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끝끝내,

냉장고의 문을 열어버렸다.

그를 어루만졌다.

그의 이마에 손을 대어보고,

비로소 안심했다. 아직 따뜻했다.


그 일말의 따뜻함에 기대어 본다.

온 몸을 꽁꽁 싸매고 냉각을 기다려야만하는

섭리속에서 나는 그렇게 은밀히 안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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