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사운드캣 이준동 국장 / 사진:Toconoma>
2008년 도쿄에서 결성된 Toconoma는 멜로디와 선율이 살아있는 연주 음악을 기조로 하는 4인조 인디 밴드다. 지난 10년 동안 재즈와 펑크, 라틴, 하우스, 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며 대중과 마니아층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한 멤버는 “유통 과정상 장르가 필요로 하다해 ‘JAZZ’로 분류는 했지만 사실 곡의 장르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곡을 만들고 있다”며 “우리도 우리 음악의 장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듣는 분들께서 편하게 정해주 시기 바랍니다(웃음)”라고 할 만큼 독창적이고 신선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Toconoma의 또 하나의 큰 특징은 바로 ‘주말 밴드’라는 것. 멤버 전원이 평일에는 직장에 다니고 주말에만 라이브 활동과 스튜디오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주말 밴드라고는 상상도 못 할 만큼 어마어마한 실력을 갖춘 프로 뮤지션들이다.
지금은 많이 시들해졌지만 한국에서도 한때 ‘직장인 밴드’가 유행을 한 적이 있었다.
Toconoma의 인터뷰가 ‘끼’를 숨기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활력을 가져다주는 ‘직장인 밴드’ 붐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Intro
사운드캣을 사랑하는 한국의 모든 음악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희는 한국의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저희는 일본 직장인 밴드 ‘Toconoma’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번 사운드캣 인터뷰를 통해 여러분께 인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 Toconoma는 이른바 주말 밴드, 즉 직장인 밴드입니다.
저희 Toconoma는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0년 전 제가 듣기로 한국 역시 많은 직장인 밴드가 왕성한 활동을 하며 ‘직장인 밴드’ 붐이 일던 시기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음악의 열정을 잠시 마음속 깊이 숨겨둔 채 하루하루 맡은 바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많은 직장인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한국 직장인 밴드에 관한 이슈나 뉴스를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한국의 직장인 밴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예전에 비해 많이 사라져버린 것이 아닌가, 또는 한국의 직장인들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추측과 우려뿐이죠.
저희 인터뷰 기사가 한국 직장인들의 숨은 열정을 부활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번 인터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Toconoma
저희 Toconoma는 西川隆太郎(키보드), 矢向怜(베이스), 清水郁哉(드럼), 石橋光太郎(기타) 이렇게 4명이 멤버로 구성된 연주 밴드입니다.
저희는 밴드가 연주할 수 있는 모든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어 전문화되기보다는 여러 다양한 방면으로 폭넓은 형태의 음악을 선보이려 애를 쓰고 있죠.
재즈부터 펑크, 라틴, 그리고 하우스와 테크노 등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개척하려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저희 음반을 발매했을 때 유통사 측에서 ‘장르를 정해서 유통을 해야 한다’고 하기에 그나마 우리 음악 중에 재즈 스타일이 많아 ‘재즈’로 구분해 활동하기 시작했죠.(웃음)
사실 저희도 저희의 음악 장르를 규정하기 참 곤란할 때가 많습니다(웃음). 저희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께서 직접 나름대로 장르를 정해주셔서 그 느낌으로 들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웃음)
비록 저희 자신들조차 정의할 수 없는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지만, 한 곡을 만들 때마다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전문 뮤지션처럼 일상에서 주어진 많은 시간을 음악에 할애할 수 없기 때문이죠.
각자 남는 시간에 음악에 대한 공부를 하고 연습을 하겠지만, 공식적으로 저희가 모여 연주를 하고 음악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말밖에 없습니다.
한정된 시간에 부족하지 않은 음악을 준비해 선보이려다 보니 많은 노력이 필요했죠. 비록 ‘주말 밴드’이지만 그 이상의 음악을 연주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직장 인밴 드니까 저 정도면 괜찮네’라는 위로의 격려를 거부하기 위해 무단히 노력하고 있고, 저희가 저희 입으로 직접 ‘우리는 주말 직장인 밴드입니다’라고 얘기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우리 음악을 듣고 직장인 밴드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끔 하는 것이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죠.(웃음)
Music
저희 Toconoma 멤버 4명은 모두 음악을 좋아하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밴드를 시작할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요. 취미로 각자 좋아하는 악기를 다루던 수준이었죠.
정말 우연한 계기로 4명이 모여 ‘직장인 밴드’나 한번 만들어볼까 하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죠. 각자 음악을 너무 좋아하고 악기 하나는 연주할 수 있다는 것, 그것뿐이었습니다.
저희 4명 모두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음악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음악과 함께 살아가고 있고요. 그러면서 저희가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은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입니다.
Toconoma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음악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죠. 단순히 음악적으로 성장해 만족하기보다는 그런 일련의 과정이 저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음악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그 안에 던져 넣은 각자의 열정과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될 때 또 하나의 풍요함이 저희 4명의 가슴을 꽉 채워줍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저희는 아직 정한 장르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 거다’라는 음악적인 목표는 가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음악은 항상 저희 가까이 있을 것이고, 저희의 음악 역시 여러분 가까이 있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것이 저희가 음악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Life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이것은 비단 한국과 일본에 국한된 얘기는 아닐 겁니다. 전 세계 모든 직장인들의 마음은 아마 똑같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희가 굳이 얘기 안 해도 무슨 말씀을 드리려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직장인들은 직장 생활에서 받을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고 그 스트레스를 해결하고자 각자의 방법을 찾아 나섭니다. 레저나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도 있고, 게임과 영화에 빠져 주말을 보내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희 Toconoma의 시작도 그러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돌파구가 필요했죠. 그 돌파구에 대한 갈망이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바뀌었다는 것에 진심으로 만족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다행히도 저희가 전문적인 뮤지션처럼 음악적으로 완벽한 곡들을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없는 것도 즐겁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원동력입니다.
저희의 소속사인 ‘巡音彩祭’ 역시 저희의 이러한 부분을 모두 이해하고 동감하고 있기에 지금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巡音彩祭는 다른 회사와 달리 저희가 목표로 하는 방향성에 인정해주고 더욱 탄탄해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원해 줍니다.
저희 Toconoma의 의견을 존중해주면서 앞으로 나아갈 ‘미래의 길’도 함께 만들어가고 있죠.
저희 4명이 함께 한다는 것, 그리고 순수 인디밴드를 지원해주는 소속사인 巡音彩祭와의 만남 자체가 저희 각자의 삶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Advice
저희는 한국의 직장인 밴드 시스템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활동하시는 직장인 밴드가 대부분일 거라 생각합니다. 일본도 그러하니까요.
저희도 이번 사운드캣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한국의 직장인 밴드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물론 영어와 일본어로 찾아보았기 때문에 그 결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저희의 예전 경험과 비교해보면 나름대로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저희가 막 시작을 했을 때 한국에도 많은 직장인 밴드가 활동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미디어와 뉴스에서 그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한국의 직장인 밴드에 대한 소식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지금은 개인 SNS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는 정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10년 이상 직장인 밴드를 했던 경험상으로 미뤄봤을 때 가장 큰 이유는 밴드가 유지될 수 있는 수익적인 부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으로는 밴드를 유지할 수 있는 열정을 쏟아낼 수 있는 무대가 극히 드물다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 구요. 사실 밴드가 직접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하나하나 찾아 섭외를 하고 공연을 하는 매니지먼트 일까지 함께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칫 매니지먼트 회사와 매니저는 연예인이 부릴 수 있는 작은 허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전문적인 뮤지션이 아닙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생계형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겨우 주말에 시간을 내어 연습을 할 수 있는데 그 시간에 공연 스케줄까지 확보하러 다닌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직장인 밴드를 사랑하고 그들의 활성화에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직장인 밴드 전문 매니지먼트 회사가 한국에 설립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들의 직장생활을 존중해주면서 주말에 그들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연습의 결과물을 당당히 선보일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줄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분명 한국의 직장인 밴드의 붐은 다시 몰아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직장인으로 음악 활동을 하는 밴드까지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힘겨운 일입니다. 저희도 그런 이유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해봤었습니다.
아마 같은 이유로 한국의 많은 직장인 밴드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고, 실제로 해체까지 이뤄졌으리라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Question
그렇게 음악을 사랑하고 함께 음악을 즐기려 만났던 직장인 밴드의 해체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수익을 내기 위해 만들어진 비즈니스 조직도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뭉친 하나의 문화 공동체인데… 그들은 왜 해체할 수밖에 없을까요?
“해체가 아니더라도 그들은 왜 밴드를 유지하는 것에 힘들어할까요?”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저희가 해드릴 수 없습니다. 밴드 멤버 당사자분들끼리 고민하고 상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모든 밴드가 처한 상황이 틀리기 때문에 저희의 예를 들어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해 동의를 얻고 공감을 요구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초심을 잃지 마라’입니다.
저희 Toconoma 주변에도 많은 직장인 밴드가 있습니다. 그중에 와해되거나 해체되는 밴드들의 특성을 분석해보면 어떤 이유에선가 그들의 초심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이 경제적인 이유가 될 수 있고 명예와 관련된 욕심일 수도 있습니다.
99.9%의 직장인 밴드는 순수한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바탕으로 결성됩니다. 그것이 흔들리게 되면 더 이상 밴드가 유지될 힘이 없어진다는 의미죠. 초심이 흔들리는 원인을 파악하고 그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 대부분 ‘해체’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 구요.
저희 Toconoma 입장으로 바라본다면 이런 모든 일련의 문제 발생의 원인은 밴드가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삼자’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밴드 활동을 하면서 음악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를 걱정해야 하다 보니 서로 부딪히게 되는 것이 구요. 밴드의 활동을 지원하고 도와줄 수 있는 제3의 조력자를 찾아 나서는 것도 좋은 해결 방안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Message
지난주 일본 순회공연과 함께 홍콩 공연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저희 Toconoma 에게는 의미가 큰 해외 공연이었죠. 저희 Toconoma가 일본을 대표하는 직장인 밴드가 된 듯 한 기분도 들었고요.(웃음)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주 등으로 점차 그 활동 영역을 넓혀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 멤버가 좋아하는 ‘소녀시대’의 나라, 한국에서도 꼭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웃음)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려야 할 시간이네요. 아마 저희가 주제를 넘는 답변을 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저 직장인 밴드를 10년 정도 한 밴드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정성 담긴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직장인 밴드’라는 것은 분명 매력 있는 일상의 돌파구입니다.
한국의 많은 직장인 여러분, 다시 기타를 잡고,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서시길 권합니다. 여러분의 숨은 실력을 단지 어린 시절 추억으로 감추어 두지 말고 다시 세상밖에 내세우길 바랍니다.
내가 기타 치는 만큼 드럼을 잘 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내 감미로운 베이스라인에 못지않은 보컬 실력을 갖춘 가수가 당신의 옆자리에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 그 자체만으로 이미 밴드는 만들어져 있습니다. 오늘 당장 멤버 모집 광고를 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
Toconoma 멤버
西川隆太郎 (키보드) 밴드 리더
<사용 장비> Nord 전제품, ‘Nord electro 3’을 가장 선호, Macbook pro
矢向怜 (베이스)
<사용 장비> FREEDOM CUSTOM GUITAR RESEARCH / Retrospective JB / fender custom shop / jazz bass
清水郁哉 (드럼)
<사용 장비> riddim / Custom snare. Maple 15 ply / 14 “x5.5″(DL)
石橋光太郎 (기타)
<사용 장비> FREEDOM CUSTOM GUITAR RESEARCH / Black Pepper (오리지널 컬러) / FREEDOM CUSTOM GUITAR RESEARCH / Brown Pepper / Carr Amplifier – impala, YAMAHA – F10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