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by 지연

‘취존’이라는 줄임말이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그만큼 자신의 취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취향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때로는 본인 스타일이 아니면 틀렸다고 치부하는 시선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어렸을 적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던 아빠 덕분에 나도 몇 권씩 옆에 끼고 살곤 했다. 신나서 그날 읽은 내용들을 이야기하다 보면 아빠는 어린 딸이 기특하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무뚝뚝하던 아빠가 지어 보이는 미소가 좋아 판타지 소설을 쌓아두며 읽었다. 그러다 보니 장르 소설을 읽는 게 일상에서의 가장 큰 즐거움이 되었다. 학교 쉬는 시간에 매점도 안 가고 책만 쥐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어느 날 수업 시작 종소리를 듣지 못한 채 무협지를 읽다가 선생님께 걸리고 말았다.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오락성 높은 책만 읽으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크게 혼을 냈다. 그 시간에 도서관에 있는 청소년 필독서를 읽으라며 내 책을 압수했다. 반 아이들이 킥킥대자 창피한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그 이후로 애들이 오타쿠라고 놀리면서 모든 일에 위축되고 소심해졌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내 의견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집에서는 아빠 때문에 반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힌 것 같아 온갖 화풀이를 해댔다. 아빠와 다투는 날이 많아져 사이가 점점 서먹해졌고, 관계가 회복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르다. 살아온 환경, 개인적 경험, 관심사 등등. 당연히 기호도 다를 수밖에. 이 사실을 잊고 그저 남의 기준에 맞춰 살며 병들어가는 내 모습을 너무 늦게 알아챘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선생님과 반 아이들에게 이렇게 호기롭게 질러드리고 싶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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