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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조호르바루-싱가포르 여행 : 2일차

첫 운전,첫 여행..모든것이 새로웠던 날.

by 전영웅

둘째날도 싱가포르 여행으로 결정했다. 하루를 싱가포르에서 다닐 수 있을 만큼 다녀보기로 한 것이다.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어제 미리 표를 끊어놓은 센토사 섬 내 룻지이용권과 케이블카 탑승권을 이용해서 동선을 대략 정해보기로만 해 놓았다. 이번 일정의 일행은 오로지 우리 세 가족만이었다. 어제 처음으로 싱가포르에 가 본 나와, 가끔씩 처남네와 함께 싱가포르에 다녀 본 것이 전부인 아내와 아들만이 하루 일정의 일행인 것이다. 그 말은, 교통편을 버스같은 대중교통으로 하던가, 아니면 직접 운전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우리는 운전을 택했다. 나에겐 국제운전면허증이 있었고, 처남네의 세컨카를 이용하면 되는 일이었다. 문제는, 내가 우측 운전대와 좌측통행이라는, 우리나라 운전환경과는 완벽하게 반대인 구조에서 운전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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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남의 설명은 쉬웠다. 운전을 하면서 마주오는 차와 오른손으로 하이파이프를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다니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게 말이 쉽지 처음 경험하는 환경에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는 아직 모르는 일이었다. 출입국 신고서를 미리 작성해두고, 여권과 국제운전면허증을 챙긴 뒤, 말레이시아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사용하는 교통카드와 싱가포르에서 사용할 교통카드를 챙겨들고 차에 올랐다. 오른쪽 운전석에 앉아 조작을 해 보니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브레이크와 액셀 페달 위치가 동일하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운전한 차는 말레이시아의 자체브랜드 proton사의 saga였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우리나라 프라이드 정도쯤 되는 차였는데 연비는 모르겠지만 출력은 괜찮았다. 조심히 출발하여 주행도로를 들어서서 운전을 해 보니 금방 적응이 되어 운전에 큰 무리는 없었다. 길을 일단 모르니 네비게이션을 활용해야만 했는데, 이 곳에서는 waze라는 네비게이션 앱을 주로 사용했다. 이 앱은 정말 대단했다. 위치 정확도와 길찾기 능력도 대단했지만, 설정구간 내 도로사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운전자에게 알려주었다. 이 앱이 어째서 우리나라 내에서는 잘 알려지거나 활용되지 않는가 의문이 들었다. 이후 귀국해서 앱을 설치하고 도로상에서 시험드라이브를 해 보니, 위치파악이나 주소설정 등에 상당한 문제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아직 완벽한 앱은 아니었다. 왜일까? 여기서 나 나름대로, 견제와 통제를 바탕으로 하는 내수경제의 취약성을 의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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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의 첫 운전, 그리고 주유소에서 첫 주유, 그리고 직접 운전해서 국경통과와 싱가포르 시내에서 첫 운전.. 운전대 하나 잡은 것만으로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길은 비교적 간결해서 운전에 어려움은 없었다. 국경을 넘기 전 주유소에 들러 30링깃 어치의 주유를 하고 국경검문소에 다다르자 차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면 크게 밀릴 일은 없다는데 차들은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 차들이 많은 데다 검문도 어제보다 까다로웠다. 일단 여권심사 정차대에 들어가기 전, 차의 트렁크와 보닛을 열어야 했다. 버튼을 눌러 열고, 운전자가 내려 직접 트렁크와 보닛을 열어 검사자에게 보여주고 운전자가 직접 닫는 절차였다. 그러고는 여권심사 정차장에서는 차창을 내려 탑승자 전원의 얼굴을 확인했다. 말레이 국경을 통과하여 다리를 건너 싱가포르 입국심사장에 가면 입국신고서와 함께 여권을 주고, 때로는 입국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도 받는다. 우리는 큰 문제없이 통과했고, 싱가포르에 진입하여 고속화도로를 질주했다. 싱가포르에서의 첫 운전이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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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니만큼 어디를 가 볼까 하다가 센토사섬을 생각했고, 그래서 룻지와 케이블카 탑승권을 미리 저렴하게 사두었다. 물가비싼 싱가포르이고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있는 관광지 센토사 섬이니만큼 진입도 주차도 모두가 돈이었지만, 우리는 미리 처남이 파악해둔 무료 주차슬롯에 차를 주차시켰다. 센토사 입구 톨게이트에서는 잠시 에피소드가 있었다. 처남이 준 교통카드 잔액이 부족했는지, 카드를 찍어도 통과가 되지 않았다. 뒤에 차가 없어 얼른 후진해서 길가에 세웠고, 사람이 있는 톨게이트 통과대로 들어가 카드를 보여주며 안된다고 이야기했더니 찍고는 들여보내 주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해 하다가 옆의 요금안내를 우연히 보았는데, 정오 이전엔 7SD에서 정오가 지나면 2SD로 요금이 할인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통과를 못하고 어리버리했던 시각이 11시 55분경, 우여곡절끝에 관리인이 있는 통과대로 들어가 카드를 내민 것이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던 것이다. 낯선 곳에서 순간의 긴장으로 몸이 굳었는데 참 우연한 일로 일이 해결되어 그마저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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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토사의 실로소 비치 부근에 차를 주차시켰다. 안내에는 야생동물과 그 밖의 절도에 안전하지 않은 주차장이니 위험은 본인이 감수하고 주차시키라 적혀있었다. 우리는 기꺼이 그러했다. 주차를 하고 샛길로 내려가니 실로소 비치가 나왔다. 머리 위에서는 짚라인에 매달인 사람들이 모래사장 너머의 작은 인공섬으로 질주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선글라스와 해변의 가벼운 복장으로 곳곳을 다니고 있었다. 이른 낮시간이라 펍이 닫혀 있는게 아쉬웠다. 해변을 잠시 걸었다. 모래사장은 풍성했지만, 바닷물은 흐렸고, 멀리 말라카해협으로 진입하거나 대기중인 거대한 화물선들이 수십척 정박해 있었다. 그 모습에, 제주바다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제주바다만큼 아름다운 바다가 없구나 라는 사실을 실로소 비치에서 절실하게 깨달았다. 우리는 실로소 비치를 무료로 순환하는 트램에 올라 룻지 탑승장으로 가서 룻지를 두 번 탔다. 경사로에서 브레이크만 있는 카트를 타는 것인데, 사실 재미있지는 않았다. 루트가 너무 짧았다. 오히려 룻지를 타러 경사로를 오르는 리프트가 더 재미있었다. 룻지를 타고, 케이블카에 탑승하러 다시 트램에 올랐다. 케이블카는 센토사 섬과 본섬을 연결하고 있었고, 라인은 두 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중간에 걸어 5분 이내에 다른 라인에 탑승할 수 있었고, 일인당 왕복권으로 어디든 다녀올 수 있었다. 말하자면, 본섬과 센토사섬을 연결하는 하나의 교통수단인 것이었다. 케이블카가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사실 역시 흥미로운 사실이었고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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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소 포인트에서 탑승해서 중간에 다른 라인으로 갈아 탄 뒤에 본섬의 하버프론트 역에서 내렸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맛집 탐방을 하기로 했다. 늦은 점심을 위해 송파 바쿠테를 가기로 했고, 우리는 걸어서 하버프론트 전철역으로 가서 싱가포르 지하철을 처음으로 이용하는 경험을 했다. 싱가포르 지하철은 깔끔하고 이용하기 편리했다. 두리안을 들고 타지 말라는 경고문이 인상적이었다. 세 정거장을 타고 클락키 역에서 내려 송파 바쿠테를 찾아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송파 바쿠테는 내가 찾던 그 맛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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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행선지는 싱가포르 플라이어였다. 싱가포르 비행기를 타고 탑승권을 보여주면 할인해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한 동선이었다. 날은 덥지만 지도를 보고 우리는 걷기로 했다. 다운타운 코어를 관통한다는 것은 나름의 볼 것들을 챙긴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싱가포르 강을 건너고 멀리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을 보면서 싱가포르 정부청사와 법원 그리고 박물관들의 고풍스런 모습들을 구경하며 걸었다. 멀리 머라이언 파크의 유명한 머라이언 분수를 보았고, 해변가에 조성된 산책로를 걸어 싱가포르 플라이어에 도착했다. 전형적인 관광객의 처지가 되어 30분간의 밋밋한 싱가포르 플라이어를 타고 내려와 이른 저녁거리를 고민했다. 싱가포르에 왔으니 크랩요리를 먹어야지 싶어 검색했는데 레드하우스가 떴다. 점보레스토랑보다는 그 곳이 나을 듯 해서 택시를 잡아타고 이동했다. 택시요금이 20여분 이동하는데 약 만원이 조금 넘었다. 거기다가 통과하면 통행료를 지불해야 하는 구간을 지나서 추가요금이 붙었다. 역시나 비싼 동네였다. 그렇게 내린 곳은 클락키의 강변 먹거리타운 같은 곳이었다. 그 곳의 레드하우스에서 한 마리의 무게가 1.2킬로짜리 머드크랩을 칠리소스에 먹었다. 앞으로 크랩은 절대 말레이시아 국경 내에서 먹는 걸로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크랩은 크고 양질이었지만, 소스맛도 거의 같아서 같은 가격이면 훨씬 저렴한 말레이시아가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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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키는 강변의 모던한 먹거리타운같은 곳인데, 길거리에 테이블을 두고 맥주를 파는 집이 즐비했다. 그 곳을 걸어 통과하면서 자리에 앉아 맥주 한잔 느지막히 하고 싶었지만, 운전을 해야했고 낯선 곳에서 기분좋게 취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 구경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싱가포르 강을 건너 클락키 전철역으로 들어서 다시 하버프론트 역으로 이동, 케이블카에 다시 올라 센토사 섬으로 들어가 실로소 비치 포인트에서 내려 완전히 어둑해진 산길을 올라 주차했던 지점에 도착했다. 다시 조호르 바루로 넘어가야 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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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어두워졌고, 다시 운전을 해서 센토사 섬 밖으로 나가 시내를 가로지르는 고속화도로에 진입하여 투아스 국경쪽으로 달렸다. 시내에서는 차들이 많더니 국경 부근에 가까워지자 바이크들이 점점 많아졌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씨티100보다 조금 더 나아보이는 수준의 바이크들이었다. 그런 바이크들이 차들과 나란히 달리는데, 국경에 가까워지자 바이크의 밀도는 점점 늘어서 국경 검문소에 이르자 차보다 바이크들의 정체가 더 심해졌다. 어둔 밤의 바이크 정체 역시 새롭고 신기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정차슬롯에서 여권을 내는 것이 아니라, 카드를 찍어 신분을 확인받고 통과하고 있었다. 조호르바루에서 바이크로 날마다 국경을 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급여가 말레이시아의 3배에 해당하니 왕복 두어 시간의 고난을 기꺼이 감수하고 사고의 위험도 감수하며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었다. 각자의 사정상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며 집과 일터를 오가는 사람들이야 우리나라에도 많긴 하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날마다 국경을 넘는 일은 언뜻 생소해 보였다. 그것도 안전해보이지 않는 바이크로 번거로운 검문을 일일이 받아야 하는 과정을 날마다 겪어야 하는 그들의 고난은 그들도 달갑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말레이시아에서 보는 바이크족들에 대한 생각은 조금 많았다. 그것은 나중에 따로 적어보기로 하고, 여튼 우리는 하루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별 일 없이 국경을 넘어 집에 도착했다. 역시 waze는 돌아오는 길에도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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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도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말레이시아 교통카드를 우리나라 하이패스 같은 단말기에 꽂아 톨게이트를 통과해야 했다. 그런데 카드를 꽂은 단말기에 센서가 닿지 않았는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급정거를 하고, 다행히 뒤에 차가 없어 얼른 후진하여 단말기를 이리저리 돌리니 그제서야 센서가 작동하고 정지 바가 열리는 것이었다. 또 한번의 한숨을 돌리고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서 우리는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싱가포르에서 사 온 맥주와 어제 사서 냉동실에 얼려둔 두리안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하루가 종일 새로운 경험으로 충만한 날이었다. 이제 국제운전면허가 허용되는 나라라면, 어디서든 운전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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