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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웅 Aug 30. 2019

201908 조호르바루 여행기, 2일 차.

  6시에 기상했다. 피곤하지만, 나이가 들 수록 습관은 무서웠다.  휴가차 여행을 왔다고 해서 몸은 늘어지지 않았다.  점점 몸이 잠을 즐기지 못하는 때문인지도 몰랐다.  일어나자마자, 나는 하루하루의 여행을 기록해 나갔고, 6시 반이 되어 아들을 깨웠다.  픽업 버스를 타던 아들을 오늘 하루는 내가 직접 학교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  아내가 아침을 챙겨 먹이고, 나는 씻지도 않은 모습으로 차를 타고 아들을 학교까지 데려다주었다.  학교까지는 차로 20분 남짓 걸렸다.  더운 나라의 특성인 것 같다.  이 사람들은 이미 일과를 시작하고 있었다.  등교시간이 이르다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이미 일을 시작하고 있거나, 출근에 여념이 없었다.  도로는 차로 가득했다.


  아들을 차로 바래다주고, 학교 부근의 딤섬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뒤통수 머리카락들은 새집처럼 들떠 좀처럼 단정해지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버스 단체손님들이 다녀간 딤섬집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아침을 먹었다.  고기가 들어간 찐빵과 매운 닭발찜, 그리고 튀긴 만두 등등을 먹었다.  전체적으로 조금 짰지만, 아침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숙소로 바로 들어와 남은 글을 마무리했다.  아침 햇살은 부드러웠다.  바람이 조금 불고 하늘은 옅게 흐렸지만, 더위가 심하지 않아 좋은 오전이었다.  푸테리 하버의 화려함과 공사 소음이 멀었고, 바다 건너 싱가포르의 풍경은 고즈넉했다.  국경마을의 번화 와 고요가 갑자기 어색했다.  우리로서는 상상이 잘 되지 않는 풍경이었다.  글을 마치고, 집안 정리를 마치고, 우리는 우드랜드의 쇼핑몰과 헤리티지 로드를 가 보기로 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서울역 부근 동네 같은 곳이었다.  사람들은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고, 생선으로 탕을 하는 허름한 식당에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길고양이들은 사람들이 다니건 말건, 인도 한복판에 누워 그루밍을 하거나 잠을 자고 있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풍경들을 보며 힌두사원이 보이는 길로 걸었다.  그리고, 풍경 외에는 관심이 별로 생기지 않는 오랜 동네 안으로 들어갔다.  날은 더웠고, 차와 사람들은 분주했다.  천천히 걸어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그 동네에서 눈에 담은 것은 풍경이고, 입에 넣은 것은 100년 된 바나나빵집에서 5링깃에 산 바나나빵이었다.  집 앞에 향을 피우고, 그늘진 기둥 아래 아무렇게나 누워 잠을 자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오가는 약간의 무질서는 이제 나에겐 많이 익숙해진 풍경이었다.

  주차해 둔 쇼핑몰에서 점심을 먹었다.  딘타이펑에서의 식사, 다시 딤섬이었다.  그렇지만, 딘타이펑의 딤섬은 어디서 먹어도 평균 이상의 맛을 보장한다.  딤섬도 자주 먹다 보니 집집마다의 맛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샤오롱바오 같은 일반적인 메뉴 말고도 독특한 메뉴를 주문하곤 하는데, 이때엔 술에 절여 차게 익힌 닭가슴살을 고추기름으로 매콤하게 양념한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나는 실패 없이 뭐든 잘 먹었다.  이후부터는 뭔가를 조금씩 먹으러 다녔다.  우드랜드에서 다시 나와 부킷 인다의 이온몰에서 아쌈 락사와 피쉬볼 락사를 먹었고, 어제 두리안을 먹은 노점에서 다시 오늘치 두리안을 먹었다.  이온몰의 락사는 맛이 꽤 좋아서 다시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는데, 두 번째 먹어 본 결론은 락사가 조금 달아서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의 두리안은 깜풍이라 불리는, 일종의 잡종 두리안을 골랐다.  가격이 저렴해서였는데, 두리안은 비쌀수록 맛이 좋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이온몰에 가기 전, 우리는 포레스트 시티에 가 보았다.  바다를 매립하여 대규모 주거상권을 건설하는 곳으로 몇 년 전에 이어 두 번째 방문하는 것이었다.  변화가 많이 있었지만, 여전히 공사 중이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싱가포르와 철도가 연결되면 면세구역이자 자본유입이 활발한 주거상권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본유출을 철저하게 막고 있고, 철도건설 계획은 얼마 전부터 보류 상태에 머물렀다.  화교자본이 중심일 수밖에 없는 지역에서 현재 상태는 매우 답답하고 위태롭다.  종종 포레스트 시티를 생각한다.  공사의 스케일, 자본의 거품, 화교자본의 규모 등등이 어렴풋이 느껴져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 같은 것이 새롭기 때문이다.  혹시 나도 끼어들 틈은 있을까 상상도 하게 된다.  이내 내 처지를 돌아보고 속으로 헛웃음을 짓지만, 이상하게도 포레스트 시티에서는 너무 쉽게 망상을 즐기게 된다.  

  아이들이 숙소로 와서 저녁을 같이 지내기로 했다.  아이들이 먹을 빵 과자 등등을 사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이온몰 앞의 한국식 치킨을 파는 집에서 두 마리를 주문했다.  작년엔가 이 집에서 주문한 치킨의 양을 보고 감탄을 한 기억이 있어 주문해 보았는데, 다시 보니 감흥을 가질만한 양은 아니었다.  가격은 한 마리 15000원 정도에 양은 한국보다 조금 많은 정도였다.  마트에서 손바닥 크기의 닭가슴살 두 장에 1500원 정도임을 감안해보면 저렴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크다.  하지만, 아이들은 한국식 치킨을 무척 맛있어했다.  한국에서 수입한 컵라면도 먹어 보았다.  맛을 현지식으로 약간 바꾸어 놓은 맛이었다. 


  해가 저문 저녁은 바람이 조금 불고 선선했다.  아이들과 나는 수영장에서 푸테리 하버를 내려다보며 늦은 시간까지 수영을 했다.  내일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은 수영 후 밤늦게까지 유튜브를 보며 여유를 한껏 즐겼다.  나는 이제 아이들의 여유에 동참할 체력이 되지 않는다.  먼저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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