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28. 20190227

by 전영웅

오늘도 영상통화로 너의 아침을 같이 했다. 아빠는 그보다 한 시간 전에 먼저 일어나 책을 읽는다. 아침을 활용하는 생활을 하니 조금은 피곤해도 시간을 든든하게 채우는 기분이 든다. 너의 표정도 점점 좋아지고 있음을 확인한다. 설 명절 이후로 조금 버거웠던 학교생활에 다시 익숙해진 것인지, 엄마 아빠가 조금 걱정했던 너의 개인적인 문제가 좋아져서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 걱정했던 그 문제라는 것이 있었는지도 엄마 아빠는 알 수 없으니, 너의 좋아진 표정을 보고 마음을 조금 놓을 뿐이다.


엄마 아빠라지만, 이렇게 너의 마음을 알 수 없다. 사람이란 것이 그렇다. 직접 마음속에 들어갈 수 없는 한, 사람은 사람을 알 수 없다. 가족들도 마찬가지이다. 각자의 마음이란 것이 있고, 각자의 영역이란 것이 있다. 엄마가 자꾸 너의 상태나 기분을 물어보면 귀찮아지듯, 너의 영역은 가족인 엄마나 아빠라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온전한 너 만의 것이다. 아빠가 너의 기분을 직접적으로 묻지 않고 살피기만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네가 엄마 아빠에겐 좀 더 솔직해주었으면 하고 부탁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너는 이제 오로지 너의 영역을 소유한 독립적 인간이라는 분명한 주체가 되어가는 중이다.


사람은 각자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사람이 사람을 대신해 줄 수 있으려면, 아픈 누군가를 위해 대신 아파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너도 알듯이,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가족이라도 그렇다. 아픈 엄마를 대신해서 아빠가 아파 줄 수 없다. 너 역시 그렇다. 따라서, 너는 너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 이것은 네가 힘들 때 도움을 기대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엄마 아빠는 네가 힘들 때, 너의 힘듬을 대신 안을 수는 없지만 너의 힘듬이 조금이라도 덜어지도록 열심히 도울 것이다. 스스로라는 의미는, 너만의 생각과 판단을 가지고 너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생각이나 판단을 남에게 의존하거나 맡기지 말아야 한다. 당당하게 네 생각을 말하고, 너만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누군가 너의 판단을 무시하거나 너의 영역 안으로 함부로 들어온다면, 분명하게 항의하고 싸워야 한다.


사람은 완벽해질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은 분명해질 수 있다. 분명한 사람은 자신만의 생각과 판단을 가지는 것이다. 너는 지금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에 있다. 그런 과정에서 네 주변의 어른들은 과정을 위해 활용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지난 편지에서 아빠는 어른들이란 너를 위해 쓰라고 존재한다고 말했다. 너는 아직 몸과 마음이 자라는 과정이니 당연한 말이다. 그래야만 하는 입장이고 말이다. 그러려면, 너는 조금 이기적이 되어도 된다. 어른들 앞에서는 말이다. 네가 공부하는 것, 네가 친구들과 어떻게 어울리고 지내야 할지 고민하는 것, 네가 운동하는 것, 그리고 네가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지를 먼저 챙기고 고민해라. 엄마 아빠가 너에게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그럴 수 있기 때문이고, 그럴 수 없을 때엔 엄마 아빠가 먼저 너에게 이야기를 할 것이다. 굳이 벌써부터 네가 엄마 아빠 걱정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를 만들지 못한다. 네가 당당해지고, 분명한 성인으로 자랐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엄마 아빠는 너에게 필요한 부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너는 이기적으로 공부하고 운동하고 어떻게 생각할지, 너 자신에 집중해야 한다.


생각과 행동이 분명한 사람이 타인에게도 도움이 되고, 잘 어울릴 줄 아는 사람이 된다.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을 생각하는 건, 너에게 정말 필요한 부분을 무의미하게 소모하는 결과를 낳는다. 다시 말하지만, 너는 아직 어른들 앞에서 이기적이어도 되는 시기이다. 지금의 이기심은 나중에 네가 분명하고 탄탄한 성인이 됨으로써 보상할 수 있다. 조금은 어려운 말이겠지만, 오늘의 이야기는 중요한 이야기이니 종종 읽고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옆에서 너에게 갈 항공권을 알아보는 중이다. 조금만 더 잘 지내고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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