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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교토 여행기 : 3일 차, 마무리

우메다로의 이동은 아쉬움 반 만족 반이었다.

by 전영웅

3일 차의 교토 하늘은 개어 있었다. 다행이었다. 교토에서 오사카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날씨로 인한 불편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별한 일정도 없으니 아침시간도 여유로웠다. 우리는 어젯밤 편의점에서 미리 사 둔 샌드위치와 컵라멘으로 아침을 먹었다. 이번 교토 여행에서 가장 맛있는 것 중 하나는 편의점 계란 샌드위치와 컵라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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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을 한다는 것은 일정의 일부를 의미 없이 소모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침부터 하루가 좀 아쉬웠다. 여행을 계획할 때, 교토에서 3일 전부를 있을 것인지 아니면 하루는 오사카에서 있을 것인지를 고민했었다. 목적은 교토였기에 3일 전부 교토에서 보내려 했지만, 쇼핑에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하루를 오사카에 할애한 것이다. 일본에서의 쇼핑 역시 의미가 있긴 했다. 저렴하다기보다는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물품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니, 오사카에서의 하루는 아쉬움 반, 기대 반으로 채워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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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오사카 우메다까지 연결하는 준 특급열차를 타고 풍경을 감상했다. 정돈된 도로와 집들, 사이로 보이는 묘지, 개천, 누렇게 익어가는 작은 논들, 교토와 오사카를 잇는 선 주변은 거의 도시화된 지역이었다. 간간히 보이는 빌딩 건물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작고 아담했다. 잘 정돈된 8,90년대 풍경이라고 할까? 일본 여행에서 인상적인 풍경을 꼽자면 주택가에 자리한 묘지와 깨끗하게 잘 보존된 개천이었다.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개천도 맑게 잘 관리된 모습은, 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교토의 가모 강도 그러했고, 가모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작은 개천들도 골목의 풍경과 어우러지며 맑게 흘렀다. 아파트가 들어선 동네의 작은 가로수길 아래의 실개천도, 전철에서 내다본 마을의 경사지로 흐르는 개천도 역시 그러했다.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얼마나 엄격하게 물 관리를 해서 이런 풍경이 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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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 역시 그랬다. 삶과 죽음을 크게 분리하지 않는 사고 운운하는 거창함보다는 그냥 문화의 차이일 것이다. 자연스러운 모습은 그냥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주택가의 묘지 풍경에서 나는 얼마 전 세월호 추모공원을 극렬하게 반대하던 안산시민들이 떠올랐다. 삶터와 묘지가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 역시 자연스럽게 그리 살아온 문화일 뿐이다. 하지만, 설명조차 못하도록 극렬하게 반대했던 그 사람들은 문화적 이유라기보다는 님비 또는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이기적인 이유에 가까워 보였다. 조용히 입 다물며 속으로 분노했었다.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고, 극단의 욕심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에 대한 슬픔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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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날은 구름까지 걷히며 해가 나고 있었다. 도심의 풍경 반대편엔 멀리 깊은 산 능선이 가깝게 보이고 있었다. 전철 이동 시간은 약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철도의 나라, 그 복잡한 노선들을 공부하지 않으면 다니기 어려운 나라였다. 복잡한 만큼 곳곳이 철로와 역과 철길 건널목이고 전철로 거의 모든 곳으로의 이동이 가능하다. 역은 두세 개의 역이 연결되어 하나의 공간처럼 이루어지고, 수 개의 사기업이 철로에 뛰어들어 전철사업을 하고 있다. 기본요금 180엔부터 구간마다 늘어나는 방식으로 결코 저렴하다 할 수 없는 가격이다. 그렇다고 버스요금이 싼 것도 아니다. 버스요금은 230엔이 기본이고 정확하게 계산해서 내지 않으면 거스름돈도 주지 않는 것이 일본 버스다. 그러니 버스를 자주 타려면 하루 500엔짜리 하루패스를 끊는 것이 낫다. 교토의 후배는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에 자전거가 많은 이유는, 철도나 버스 교통비가 무척 비싸기 때문에 자전거 하나 장만해서 이동하는 것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 사고보다는 자전거 사고가 많기도 하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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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우메다 역에 도착해서 예약한 호텔에 체크인을 한 다음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요도바시 카메라 건물의 텐진호르몬에서 소고기와 소곱창 요리를 먹고 나와 우리는 각자의 쇼핑을 하기로 했다. 아들은 나를 따라다니기로 했다. 우메다에서의 쇼핑은 크게 낚시용품과 CD였다. 오사카역 앞 길 건너 루어이찌방에서 무늬오징어를 낚는 에기 몇 개와 가위, 쇼크리더를 구입하고 낚시 동생이 부탁한 물품들을 구입했다. 그리고, 타워레코드로 이동해서 음반을 둘러보았다. 규모 있는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은 찬찬히 둘러보며 원하거나 관심 있는 음반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나는 Khruangbin과 Fleet foxes, Klaatu의 음반을 포함해 재즈 CD 몇 장을 구입했다. 의미 있는 수확이었다. DVD도 둘러보며 지브리 전집과 스타워즈 전집을 구입하려 했지만, 자막이 영어와 일본어만 지원되어 구입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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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메다에서의 일정은 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다. 해가 저물어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나왔지만 마땅히 들어갈 만한 곳을 정하지 못하고 이곳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서서 먹는 튀김집과 타코가게에서 간단히 해결했다. 늦은 저녁의 한큐백화점 지하 식품코너엔 영업 종료 직전의 세일이 진행되고 있어, 도시락 몇 개와 안주거리를 구입했고,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컵라멘을 사들고 숙소로 들어왔다. 높은 층의 숙소에서 바라보는 도심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그렇게 우리의 일본 여행은 마무리되고 있었다. 다음날, 전철을 타고 간사이 공항에 도착, 구름이 거의 없는 맑은 날의 행운을 안고 날아올라 바다와 땅의 지형을 지도와 비교해가며 읽으면서 제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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