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오전에 잠깐씩 마당에 쪼그려 앉았다. 오전의 햇살이 아직 버겁지 않을 때, 잠깐씩 호미를 들었다.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무리하면, 오후의 진료에 지장을 줄 수도 있으니, 하루하루 조금씩 천천히 잡초를 뽑아 나갔다. 며칠 비가 오지 않으면 텃밭에 물을 뿌리고, 반려견 녀석의 물과 사료를 챙겨주는 일까지 마무리하고 나면 출근 준비를 했다. 날은 점점 더워지고 있다.
잡초도 철이 있다. 늦겨울에서 봄이 오는 때엔 마당 곳곳에 살갈퀴들이 뒤덮었고, 뒤뜰로는 겨울을 난 환삼덩굴이 줄기를 뻗고 싹을 틔웠다. 그러니까, 내가 마당에 잠깐씩 쪼그려 앉는 일은 이미 예전부터 이어왔던, 새로울 것 없는 작업이었다. 살갈퀴는 꽃이 예쁘긴 하지만 줄기가 달아서인지 검은 진딧물들이 몰려와 줄기를 까맣게 뒤덮었다. 그리고, 열매는 콩을 닮아서 검게 익으면 툭 터지며 씨앗을 사방으로 날렸다. 마당과 텃밭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다. 그래서, 올해 첫 호미를 쥐자마자, 나는 살갈퀴 녀석들을 집중적으로 캐내었다. 겨울을 난 다른 잡초 녀석들과 쑥과 함께 캐낸 살갈퀴는 자체로 덤불이었다. 그 사이, 환삼덩굴은 뒤뜰에서 조용히 줄기를 뻗어 두릅나무를 휘감고 오르고 있었다.
날이 더워지니 마당 잔디 사이로는 잔디 비스무레한 잡초들이 올라와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집요하고 치밀하다. 잔디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모습이지만, 싹을 틔우고 나면 줄기를 낮고 넓게 펼쳐서 주변 잔디들을 밀어내거나 낮게 덮어버린다.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꽃대를 길고 조용하게 내고는 바람에 씨앗을 여문다. 관건은 씨앗이 여물고 익어 떨어지기 전에 녀석들을 눈치채야 한다는 점이다. 바랭이과 잡초들의 특성이다. 씨앗이 날리기 전에 걷어내야 긴 시간 이후에 조금이라도 편할 수 있다.
씨앗을 날리기 전 걷어내야 하건만, 민들레는 그럴 시간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바람에 날리는 민들레 홀씨는 마당과 텃밭 관리자의 고통이다. 이파리가 잔디를 닮은 것도 아니고, 꽃대가 길고 꽃이 노란색이어서 발견하기 어렵지 않지만, 녀석들은 신기하게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순식간에 자라 노란 꽃을 피우고 어느새 홀씨를 만들어 바람에 날린다. 마치 사람을 의식하듯, 잔디마당 한복판에서는 딱 잔디 이파리만큼의 키를 키우고 숨어서 피우듯 노란 꽃을 잔디 사이에 피운다. 그런 녀석들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정말 자세를 낮추고 긴 호흡으로 마당을 살펴야 눈에 들어온다. 민들레의 생존력을 생각하면, 우리가 상상하는 민들레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은신할 만한 모양새가 아니면서도 은신술에 능하고, 빠르고 신속하게 자라서 꽃을 피우고 홀씨를 날린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민들레의 생존은 특수부대의 작전 원칙 같아 보인다.
텃밭은 이제 명아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명아주들도 땅 표면을 뒤덮듯 우르르 몰려나와 순식간에 심어둔 모종의 키를 넘어서려 한다. 조금만 늦어도 줄기가 굵어지고 뿌리가 탄탄해져 걷어내기가 쉽지 않다. 명아주 사이에 끼어든 괭이밥과 바랭이 풀들까지 가세해서, 이제 여름의 텃밭은 모종을 키우기보다는 잡초에 뒤덮일 모종을 구하는 전쟁터가 될 것이다. 마당을 쪼그리고 앉아 일주일을 보내며, 사이사이 허리를 펴느라 잠깐식 일어나 텃밭을 바라보는 마음이 그러했다. 나는 이제 마음에 단단한 다짐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평일 오전에 잠깐씩 걷어낸 잡초를 모으니 사람 덩치만 한 덤불이 되었다. 그것을 볕에 말려 손대지 못한 환삼덩굴이 무성한 뒤뜰로 옮겨두었다. 적절한 때에 불을 붙일 것이다. 주말 오전 진료를 마치고 나는 다시 호미를 들고 마당 가장자리와 텃밭 구석 공터로 들어갔다. 두어 시간이 넘는 동안 반려견 녀석 집 주변까지 잡초를 거두니, 일주일 내내 거둔 잡초 덤불의 양과 같은 양의 덤불이 만들어졌다. 일주일 간의 작업은, 이제 잡초와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일주일 전 텃밭 이랑에 옮겨 심은 바질은 뿌리를 잘 내리고 있었다. 공심채는 아직 소식이 없다. 토마토는 쉼 없이 자라며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오이와 호박은 덩굴을 뻗으며 꽃을 피웠다. 딸기 덤불에서는 수시로 딸기가 익었다. 돌담 경계의 앵두가 빨갛게 익고 있었고, 살구도 서서히 익으려 하고 있었다. 레몬나무에는 꽃이 많이 피었고, 올리브나무에도 꽃망울이 맺혔다. 반려견은 녀석이 닿는 마당 주변을 정리해주었더니 로즈마리 덤불 아래 그늘에 누웠다가, 올리브나무와 월계수나무 아래 정리된 자리에 드러누워 그늘과 바람을 즐겼다. 길게 보자면 앞으로의 여유는 별로 없을테지만, 때마다의 풍경을 보면 내 집 마당과 텃밭에는 언제나 여유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느긋함은 언제나 미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