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38, 20200529

by 전영웅

요즈음 나의 일상은 이렇다. 아침 6시 반 경에 일어나 책을 읽는다. 8시 반 정도 느지막한 아침을 먹고 나면, 마당으로 나간다. 마당으로 나가면, 햇볕과 그늘을 번갈아 다니며 아침잠을 즐기던 반려견 녀석이 내 모습을 보고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녀석의 밥그릇에 사료가 얼마나 있는지 보고 채워준다. 녀석은 내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서 앞발을 들고 나를 올라탄다. 목덜미와 등을 여러번 쓰다듬어 주고, 나는 장갑을 끼고 호미를 든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아침 라디오를 켜놓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마당의 잡초에 이어 이번 주에는 텃밭의 잡초를 매기 시작했다. 항상 하게 되는 말이지만, 잡초를 거두는 일은 겨울의 잠깐을 제외하고는 매번 반복하는 작업이다. 지금은 잡초가 무성해지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글의 기승전결에 비유하자면 지금은 승에서 전으로 이어지는 즈음이다. 만만치 않은 시기가 시작한 것이다. 한여름의 무더위와 무성함이 지나고 가을 텃밭을 준비하기 전까지, 나는 잡초와의 싸움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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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대와 그물망에 덩굴손이 닿기 시작한 오이부터 시작했다. 오이모종 주변으로는 명아주와 바랭이와 괭이밥들이 무성해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쇠비름이나 깨풀들도 보였다. 이랑의 표면을 따라 호미로 땅을 얇게 긁듯이 파면 잡초들의 뿌리가 함께 흙에 섞여 거두어졌다. 이미 뿌리를 깊게 박은 명아주는 줄기를 잘 잡고 뽑아내야 했다. 흙이 파인 이랑은 오이모종 주변으로 흙을 다시 잘 덮어주었다. 그렇게 하루는 지주대가 서 있는 오이와 토마토 주변의 잡초를 매어 주었다. 토마토는 곁가지도 잘라주고, 길어진 줄기가 잘 버티도록 노끈을 위로 올려 매어주었다.


하루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텃밭 일을 해 나갔다. 한 번에 대략 긴 이랑 두 개 정도 작업할 수 있었다. 그러고 시간이 남으면 흙의 상태를 보고 물을 주거나, 마당을 청소했다. 반려견 녀석의 배설물을 치워주고, 물통에 물이 있는지 확인해서 다시 채워주는 일로 아침의 마당과 텃밭일을 마무리한다. 그 다음, 나는 씻고 출근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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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의 텃밭은 호박과 물외와 수박이 있는 이랑을 작업했다. 이 이랑들은 작은 네모 모양으로 이랑을 여섯 개 정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표면적이 넓어서 하루만에 다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셋째날까지 작업을 이었다. 그리고, 다음주 고구마를 심을 예정인 빈 이랑 두 개까지 작업을 이었다. 빈 이랑은 당연히 잡초들이 주인이었다. 주인행세를 하는 녀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여유같은 것은 없었다. 과감히 거두어냈다. 그리고, 100배 희석한 황토유황을 뿌려주었다.


곳곳에 작년 텃밭의 흔적들이 보였다. 호박 모종 사이에서는 작년에 미처 거두지 못한 땅콩들이 싹을 틔우고 올라왔다. 모습이 신기하고 반가워서 그대로 두었다. 한 쪽에서는 고추 씨앗이 퍼졌는지 고추 싹들이 무더기로 올라와 있었고, 옆으로 토마토 싹도 세 개 정도 올라와 있었다. 조심스럽게 캐내어 포트에 옮겨 심었다. 20주 정도의 고추모종과 3주의 토마토 모종이 만들어졌다. 누군가 필요하거나 또는 어딘가 심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같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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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해와 진딧물로 고생을 하던 고추모종들이 간신히 자리를 잡고 줄기를 올리고 있었다. 오이고추는 벌써 꽃을 피웠다. 가지는 한 주가 죽었지만, 대부분 자리를 잘 잡고 곁가지와 꽃망울을 만들고 있었다. 텃밭 한 가운데의 귤나무에는 귤꽃이 많이 피었다. 작년에 해거름을 하는 듯 하더니 올해엔 꽃이 만발했다. 꾸준하게 열심히 작업을 했지만, 텃밭과 마당 곳곳에는 아직도 내 손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어차피 끝없는 순환같은 일이라 내 손이 멈출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주말에는 뒤뜰을 정리할 것이고, 다음주에는 이번주에 이어 텃밭의 잡초들을 매어 줄 것이다. 이런 일들은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하는 것이 관건이다. 무리하지 않고 놀이하듯 라디오를 들으며 즐겁게 말이다. 그것이 내가 삶을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