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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웅 Nov 20. 2017

[독후감] 사피엔스

다시, 인간은 행복한가 라는 질문으로 회귀했다.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커다란 질문에 두텁지만 체계적인 논리로 차근하게 설명하는 답을 방금 모두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설명의 마지막에 자리하는 다시 근원적인 질문을 마음에 담았다.  인간은 행복한가? 이 질문을 품으니 지금까지의 길고 논리적인 설명들이 오롯하게 무색해지는 느낌이었다.  10만 년의 세월을 작은 의도와 큰 우연으로 뒤섞으며 여기까지 진화하고 달려온 인간의 한 구성원으로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은 다시 고민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인류 역사라는 거대담론부터 내 개인의 인생사라는 작은 회상까지, 나는 어떻게 지금의 이 지점에 서 있는가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었다.  

  작은 의도와 큰 우연, 인류의 역사와 나의 개인사가 여기까지 오면서 겪었던 시간의 요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지능은 의도한 대로 시간과 환경을 바꾸지 못했고, 때마다의 성질과 습성이 환경과 우연으로 어우러지며 변화와 발전을 만들어냈다.  사피엔스의 행운은 그것이 전부였고, 나의 인생사와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 역시 그렇게 살아가는 중이다.  사피엔스라는 인류의 종이 유일하게 살아남아 현재까지 존재하게 된 것도, 사피엔스 종 자체나 누군가의 의도는 아니었듯이 말이다.  지구라는 환경에서 온전한 적응력으로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해 낸 인간종은 그렇게, 작은 의도와 큰 우연으로 지구의 선과 악으로 살아가는 중인 것이다.

  물리적 역사 안에서 모든 종을 통틀어 유일하게 품었던 상상 가득한 인지능력은 사피엔스 종의 가장 강력한 능력 중 하나이다.  그것이 사피엔스를 이제까지 생존하게 했고, 존재들 간의 관계 구성을 조직함으로 물리를 뛰어넘는 힘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피엔스의 인지력은 무한한 발전의 마지막 발판인 현재의 시점에서 자신을 뒤돌아보며 묻는다.  ‘인류는 행복한가’  저자는 이야기한다.  인류 즉 사피엔스는 이제껏 그래 왔던 대로 발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지만, 발전이 우리에게 해가 될지 득이 될지는 알 수없다.  그렇다면, 발전의 이면에 반드시 품어야 하는 고민은 ‘우리는 행복한가’라고 말이다.

  한 인간의 시야로, 이 고민스러운 질문에 답하기엔 큰 무리가 따른다.  말할 수 없는 답답함 안에서 끊임없이 세상을 돌아보고 인간을 살펴본다.  그것은, 지금까지 읽어 내린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두터운 책에서 활자들을 모두 털어내고, 백지가 된 공간에 새로운 활자들을 의미 있게 채워나가는 것과 같은 막막함이다.  인간은 지구 상에서 끊임없는 발전과 함께 생존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알 수 없는 미래의 기저에는 우리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자리해야 한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물리 생물 역사 인문의 온 영역을 관통하며 저자는 인간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 그만큼의 광활하고 거대한 질문을 던져놓는다.  거대한 질문을 던져놓고 거기에 차근하게 대답할 수 있음이 가능함을 저자는 알고 있었고 이 책을 통해 증명해 내었다.  그리고, 인류는 행복한가에 대한 거대한 질문에 우리가 차근하게 대답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생존을 책임질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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