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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웅 Jan 10. 2018

[독후감]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경제의 역사를 설명하는 하일브로너의 글은 명쾌하고 쉽다.  경제사가들부터 경제의 역사까지, 그의 글은 경제의 모든 걸 간결하면서도 통찰력 있게 묘사해 낸다.  경제는 생물이기도 하지만, 과거의 모습도 바라보는 시선의 각도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보여서 보통의 사람으로서는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하일브로너의 글은 모든 시선의 중심에서 사실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재구성하고, 쉽게 손으로 잡지 못하는 생물의 모습을 가장 객관적인 모습으로 평가해낸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고대에서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엄청난 성장 속에 상상하기 어려웠던 격차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굳이 과거를 언급하지는 않는다.  케인즈 주의의 후반부와 공산주의의 몰락 이후 우리의 시대는 두 번의 경제 위기와 자본의 자유를 중시하는 경향으로 자본주의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그 안에서 우리는 개인의 또는 가족의 경제단위를 꾸려 삶을 이어나가려 한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참 허탈한 생각이 드는 몸부림이다.  거대한 자본이 움직이고 그 아래에서 미세한 소용돌이처럼 소규모의 자본들이 저마다의 순환을 만들어낼 때, 우리는 그 안에서 수동적으로 휘둘리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역사와 자본의 거대 흐름을 바라보고 있자면, 우리는 흐름의 파도에 힘없이 떠밀리거나 가라앉아 어쩌지 못하는 뿌리 잃은 모자반 줄기 같은 기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자본은 하나의 이론이나 주의로 설명되지 않는다.  정부지출을 중심으로 하는 케인스주의는 성장이 둔화되면서 기업 자본의 자유로운 순환을 중시하는 자유주의 체제로 점점 변하고 있지만, 성장 수준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유주의 시장에서 경영자들은 과거 자신들의 주적이자 대척점에 서 있던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를 다시 소환한다.  경영실적을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자유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식 자본통제도 필요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자본의 순환이 격화되며 거품이 늘어났고, 그것이 급격하게 꺼진 현상이 2008년의 경제위기였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97년의 IMF 사태였다.  경영은 통제를 요구하며 과거의 주적을 소환했지만, 경제위기는 경영을 장려하며 기업위주의 성장을 촉진시켰다.  결과는 분배 불균형의 악화였다.  즉, 아이러니의 이합집산인 것이다.  기업경영을 통한 이윤의 극대화는 통제라는 수단으로 가능한 세상이 되었고, 성장의 둔화로 고통을 줄이기 위해 부여한 자유는 되려 대다수 인민의 경제적 고통을 증가시켰다.  현재의 아이러니는 경제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든다.  

  객관적 통찰로 과거를 세세히 재구성하던 하일브로너는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객관적이지만 매우 조심스러운 시각으로 분석한다.  그 분석은 경제와 사회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한 곳으로 치우쳐 있었음을 알게 한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현재로 와서 어떻게 보수 경제학자들의 설명 이론으로 왜곡되어 사용되었는지 알게 하고, 마르크스의 자본론 역시 대안이 되지 않음을 설명한다.  동아시아의 IMF사태는 생각보다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던 위기 대처라 설명하고, 2008년 이후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많은 요소들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존재하며 수많은 변화와 조합으로 다양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정도로 설명을 마무리한다.  이제 그는 고인이 되었고, 이 책은 1962년부터 지금까지 시대마다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13판까지 변화해왔다.  이 책도 생물이나 다름이 없다는 의미이며, 하일브로너의 사후 이후 경제에 대한 이 책의 관점은 어떻게 유지될지 불투명하다.  경제의 생물성을 그대로 닮은 경제사 및 현대 경제 분석서이다.  개인적으로 하일브로너는 장하준과 더불어 경제에 대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제학자라 생각한다.  경제의 일반을 공부하고 싶다면 이 책과 ‘세속의 철학자들’만한 책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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