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영웅 Dec 26. 2017

[독후감] 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


  자본주의는 고삐를 단단히 쥐고 있어야 하는 말과 같다.  고삐를 느슨히 하면 어느 순간 난동을 부리며 날뛸 것이기 때문에 단단히 쥐고 있어야 하지만, 마냥 단단히 쥐고만 있으면 답답증과 우울로 말라버리고 말 것이다.  우리의 현재 시대를 장악한 시스템인 자본주의는 그 체계와 성정면에서 올바른 것인가를 따지기 전에, 우리는 이미 자본주의 시스템에 너무 깊이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부터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신화가 인간의 성정을 바탕으로 한 이유는 인간의 불안정함에서였다.  안정되지 않음은 수많은 현상과 운동을 만들며 경험이자 분석으로서의 이야기를 만든다.  오랜 이야기가 된 신화는 역으로 인간의 본질을 분석하는 기제가 된다.  온전한 자유를 갈망하여 질서 밖으로 뛰쳐나간 한 인간을 가정해보자.  현실인식의 서툼으로 때로는 공포로 불안을 조성하며 양극의 감정에서 오락가락한다.  감정의 불안은 충동조절 장애로 이어져 적절한 통제와 치료 없이는 공존이 불가능한 한 인간에 우리는 깊은 근심을 느낄 것이다.  그의 이름은 자본주의이다.  그리고, 그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인격은 신화를 통하여 분석된다.  인간의 성정을 분석하는 도구인 신화가 자본주의를 분석한다는 면에서, 불안정함은 인간이나 경제시스템이나 마찬가지였다. 

  릴리스, 아담의 최초의 여인으로 품을 벗어나 자유를 갈망한 그녀에게 주어진 저주는 갓 태어난 인간의 아이의 영혼과 피를 빨아먹고 그 에너지로 매일 백 번의 출산을 한 후 다시 그 아기를 죽이는 일이었다.  자신이 생산한 것을 바로바로 소비해야 하는 자본주의의 운명은 그렇게 설명이 된다.  손대는 것마다 황금이 되어버리는 미다스 왕의 이야기는, 자본의 순환이 소수의 일방적 축적으로 몰리며 결국엔 공멸을 초래하는 원리로 설명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자본주의의 조울증적 해석이었다.  자본성장의 불황과 호황을 우울과 조증으로 대입하여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우울증의 시기에 인간은 스스로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인지를 하지만, 조증의 시기에는 절대 그러하지 않다는 것.  따라서, 자본주의의 가장 위험한 시기는 성장의 정체기가 아닌 호황기라는 설명이다.  호황기에는 시스템의 문제점을 절대 돌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문제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만큼, 제시된 대안도 그러하다.  자본주의에 경도된 인간의 우상을 없애고, 개인과 사회의 초자아에 깊이 자리 잡은 가치를 뒤바꿔야 한다 말한다.  성장의 정체가 위기나 죽음이 아닌 구원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조증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자연적 수정 기제라는 걸 깨달아야 하고, 그것이 저항력과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말한다.  그리고, 신화에 기댄 자본주의의 본질과 성정의 깨달음이, 우리의 미래에 어떻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원제는 ‘릴리스와 악마의 자본’인데 이것이 번역되면서 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로 바뀌었다.  정신분석을 위한 소파 위에 경제가 누워 분석을 받는다는 의미인데,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 제목이다.  자본주의의 성격을 신화에 대입하여 정신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것 역시 신선하긴 하지만, 읽는 내내 너무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회의도 들었다.  그저 경제에의 신선하고 흥미로운 분석과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을 듯하다.  인간이 만든 사회 안에서의 모든 것은, 어떠한 분야이든 어떠한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후감] 살인자의 기억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