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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웅 Apr 30. 2018

[독후감]잘있어, 생선은 고마웠어


   마당에 키우는 반려견과 함께 동네 바닷길 산책에 나선 날이었다.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어느 여인이 반려견이 귀엽다며  다가왔다.  그러면서 그녀는 내게 말했다.  ‘개들은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 같아요.’.  순간 속으로 흠칫 놀라며  대꾸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인은 특정 종교를 전도하기 위해 나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그녀의 말 역시 그녀가 믿는  종교의 교리에 따른 신념에서 비롯되긴 했겠지만, ‘동식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은 인간 역사의 오랜 시간을 지배해왔기에  굳이 특정 종교인들만의 이야기로 생각되지 않았다.  

   인간의 탐험과 영토확장의 역사는 동식물의 지배와 결을 같이 하였다.  인간의 신대륙 정복은 동식물들의 멸종으로 이어졌고, 바다를  탐험하며 에이해브 선장의 후손들은 끝내 모비 딕을 정복했다.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유럽 열강의 식민지 확장은 정복한 땅에  사는 동물들을 가두어 구경하는 동물원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아프리카의 흑인들이 노예로 북미에 끌려왔을 때, 백인들은 흑인이  인간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정복의 역사에서 인간은 배려 없이 오만 그 자체였다.  인간은 지구의 한 구성으로, 다른  구성체들과 균형 있게 어울려야 한다는 사고가 없었다.  동식물들은 인간의 하위 존재로 호기심과 지배의 대상이었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우리에게 본능처럼 각인된 우월감이었고, 유전처럼 물려받는 생각이었다.  어릴 적 동물원에 구경 가서 동물을 보고  느낀 것들은 신기하고 안락해 보인다는 감상이었다.  답답하지 않을까, 스트레스받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들은 최근의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들에 의해 간신히 돋아난 생각의 싹이었다.  그러기에, 마당에 반려견을 들이면서 최대한 우울하지 않게 돌보는 방법을  고민하고, 나에게 다가온 여인의 말에 당황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에 신기해하는 일은 점점  줄어든다.  아무리 잘 해 주어도, 자유를 잃은 동물들이 가질 우울과 부자연함을 생각할 수 있는 인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식의 확장,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실천은 정치의 문제가 되었다.  부자연함을 자연함으로 돌리는 당연한 과정을 정치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 역시 인간의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대상 자체의 부자연에 따른 고통은 부차적인 문제로 만들면서 말이다.  제돌이가  제주바다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보인 정치와 절차의 모습은 첨예했다.  첨예함은 인간적인 비인간성이었다.  돌고래의 운명을 인간이  결정해야만 하는 비인간적 절차가 돌고래는 바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인간성을 수렴했다.  돌고래는 바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인간적  의지가, 돌고래를 방사하며 난국에 처할 동물원의 입장과 충돌했다.  돌고래는 바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지를 실천하며, 행위주체 간의  입장이 충돌하며 인간성의 현실적 걸림돌 또는 한계를 드러낸다.  인간은 문제의 원인이자 해결의 걸림돌인 존재였다. 

   어쨌든, 인식의 변화와 정치의 작은 이슈가 된 돌고래 방사 문제로, 제돌이 태산이 복순이 등등은 제주바다로 다시 돌아와 그들이  살던 바다에서 자유로이 헤엄치고 있다.  인간이 동물을 가두어두고 구경거리로 만드는 문제는 생각의 변화 속에 동물권이라는 강조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인간이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이 당연하듯, 동식물들도 살던 공간과 환경에서 자연스레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확산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인간과 동물 간 관계의 변화일 뿐일까?  인간의 인식이 변화하고 발전하며  회복되는 자연함 또는 선량함의 문제일까?  이 책에서도 언급하듯,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계급의 문제로 발전한다.  강자와 약자의  문제, 자연함을 넘어서는 억압과 지배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식의 힘을 가지게 한다.  그것이 인간사회를 정의롭게 하고  평등하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한다.  원래 있어야 하는 곳에 존재들을 있게 함으로 생존의 권리를 깨닫게 한다.  지구라는 닫힌 계  안에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안에서 지속적인 공존과 생존을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이다.  제돌이의 귀향은  인간의 생존과 공존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그 긴밀한 연결을 세밀하게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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