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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r Kwak Dec 10. 2023

마흔에 읽는 니체 - 장재형 [독서후기/도서서평]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한 철학 수업)


니체를 사랑한다면, 니체의 철학을 사랑한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늘 곁에 두고, 니체 전집을 수도 없이 읽어 주옥같은 아포리즘들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책을 발간한 저자.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누군가에게 빠진다면 이 정도는 되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니체의 철학을 여러 책들을 통해서 만나보았지만, 내가 만났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나? 나는 과연 그 책들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사고를 하였나? 등의 반성을 많이 하게 된 책이었습니다.


저자 장재형님은 니체의 철학에 대해서, 특히 나이 마흔에 접하는 니체의 철학에 대해서 이야기를 전해주는데요. 마흔이라는 나이가 주는 의미에서 만나는 니체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였습니다. 저도 이제 곧 마흔이 되어가는 터라. 아직 정신연령을 포함해 여러모로 마흔이 주는 의미보다 부족하지만 나이 마흔에는 어떤 사고를 해야 할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습니다. 저자는 나이 마흔에 대해서 이제는 인생을 단단하게 받쳐주었던 것들을 책임지기 시작하는 때라고 할 수 있다며 더불어 나이를 먹은 만큼 인간관계에서도, 일에서도, 가족에게서도, 모든 면에서 누가 봐도 제법 훌륭하게 해내고 싶고, 그런 평가를 받고 싶은 때라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정하며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 무료하고 위험한 때라고도 이야기를 합니다. 때문에 마흔을 일생의 경계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죠. 인생의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나이 마흔. 바로 이때에 우리에게 니체가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자기애 확립, 운명 극복과 자기 성장을 중시한 철한자 니체. 그러면서도 고통, 절망, 허무로 가득찬 인간에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 운명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준 철학자 니체. 그동안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 채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게 그런 니체의 철학을 나이 마흔에 귀기울여 들어보라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를 위해 저자는 그동안 수집하고 정리해 온 니체의 철학 가운데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25가지 내용을 정리하였는데요. 저자의 사유를 통해 니체를 조금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책을 접했으면서도 미처 몰랐던 니체를 새롭게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구성을 다음과 같이 하였는데요, 각각의 내용에 대해서 자신이 수집한 니체의 사상을 먼저 소개합니다. 그리고 이 사상을 해석해 주는데요, 니체가 이 문장을 통해서 과연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나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 해석을 통해서 마흔에 가져야 할 자세를 돌아보게 해 줍니다. 


와닿았던 구절 가운데 하나를 소개해드리자면, "오늘날 신뢰를 얻기 위한 처방은 다음과 같다. 너 자신을 아끼지 말라! 네 의견이 신뢰할 만한 빛 속에 싸이기를 원한다면 먼저 너 자신의 오두막에 불을 질러라!"라고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I]에서 이야기를 하였는데요. 이 문장에 대해서 저자는 "아마도 오두막은 내가 지금까지 아무런 의심 없이 믿어왔던 가치, 체계를 의미할 것이다. 그 오두막 안에는 내가 막연히 믿어 왔던 것들, 예를 들어 어떤 신념이나 이념, 양심 같은 정신적 가치들이 들어 있다."며, "마흔에는 이제까지 자신이 옳다고 믿어 왔던 정신적 가치들을 의심해 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리의 탑들이 얼마나 높은지는 탑 안에 있을 때는 알 수 없다."라며 그 거리를 멀리 떠났을 때 거리의 탑들이 얼마나 높이 솟아 있는지 볼 수 있다고 전하고 있는데요. 결국 저자는 "자신의 오두막에 불을 질러라"라는 니체의 문장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진리라고 믿어 왔던 것들을 의심해 보기 위해서는 대상에서 조금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라며 특히 나이 마흔에 이러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책의 전개는 앞서 언급한 "니체의 사상 -> 의미 해석 -> 마흔에 가져야 할 자세"로 이어지는 책의 구성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읽다보면 니체의 사상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그 사상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도 조금 더 정립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위에서 소개해드린 내용 이외에도 책에는 수 많은 주옥같은 니체의 이야기들이, 그리고 그 의미를 해석한 저자의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읽는 내내 같은 책을 읽었어도 그 깊이와 성찰이 이토록 다를 수 있구나에 대해서 반성을 하였고, 저의 얕음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현실과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매 순간 열정적으로, 인생 전체라는 흐름을 타며 여유롭게 살아가고자 했던 니체의 정신과 철학을, 그가 전하는 행복을 우리에게 전해주며, 인생의 전환점에 마주 선 마흔에게, 더 마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흔에게, 여전히 흔들리고 불안정한 마흔에게 지금 이 순간을 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카르페디엠. 네 운명을 사랑하라. 하지만 숙명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니체의 이야기. 그 깊고 넓은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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